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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탈핵과 녹색당 연재- 서형원 과천시의회 의장에게 듣다 
 
“지역정책을 실제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전문가는 드물어요. 굉장히 목 말라요. 사례부터 연구까지, 풀뿌리정치인들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어주고 훈련과 정책을 지원해줄 수 있는. 그걸 세상에서 정당이라고 부르는지 안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런 정당이 있다면 대단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저도 날개를 단 것처럼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죠.”
 
서형원 경기도 과천시의회 의장의 말이다.
 
과천은 주민자치가 살아있는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서형원씨는 이 지역에서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지금까지 기초의원으로 정치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는 “풀뿌리 정치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훈련하고, 정책을 지원하며, 격려해줄 강력한 네트워크가 절실하다”며, 녹색당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지역자치운동을 해온 사람들과 함께 녹색당 창당에 주력하고 있는 서형원 의장을 만나, ‘풀뿌리 정치인이 기대하는 녹색당의 역할’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① ‘동네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뛰어든 지방선거

▲ 주민자치가 살아있는 과천 지역에서, 시의원으로 풀뿌리 정치활동을 해 온 서형원 과천시의회 의장     © 일다 
 
-무소속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한 것이 2006년인데요. 지역 정치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우리 지역에는 공동육아, 생협, 공부방처럼 풀뿌리 활동이 발달해있었어요. 그런데 권력감시단체가 없다 보니 행정 쪽으로는 견제가 상당히 어렵고, 동네의 미래가 바뀌지는 않으니까 지역정치에도 관심을 갖자는 얘기가 나오게 되었죠. 당시 풀뿌리 활동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맑은넷방과후학교’라고 하는 공부방을 만들고 마을신문도 만들며 자신감이 생겨서, 지역정치를 준비하는 모임을 만들고 지방선거에 참여를 하게 되었던 겁니다.”
 
-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지금까지 의정활동을 해보니까 어떤가요? 기초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시의원은 좋은 직업이더라고요. (웃음)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공익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우리 나라 풀뿌리 기초의원은 행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주민들의 목소리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자료요구권’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렇게 얻어낸 정보를 당사자와 주민들에게 알리는 거죠. 또 주민들이 거기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전달하며 통로 역할을 하는 게 지방의원이죠.
 
시 예산안이 나오면 주민참여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두꺼운 예산서를 황순식 부의장과 함께 요약해서 평가도 달지 않고 20쪽 정도 브리핑하면, 주민들이 직접 평가하는 거예요. 우리는 의회에서 소수이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연구하고 예산 삭감을 주장해봐야, 집행부 공무원들이 ‘그건 의원님 한 분의 생각일 뿐이고.’ 그러고 끝나는 거예요. 하지만 지방의원들이 주민들 속을 헤엄치면서 들리는 목소리를 전달할 때는 실제 예산이 깎이더라는 거죠.
 
시에서 1억 원 예산을 편성해 TV 해외송출 방송에 관광홍보 영상을 내보낸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시장이 임기 끝나고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할 일 있냐’고 반대했어요. 20억 원 가까이 들여 CCTV 관제센터를 설립한다는 예산안이 나오자, 어린 아이를 가진 여성들이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찬반 공청회를 요구했지요. 3,4일만에 수백 명의 서명을 받아오셨어요. 그래서 결국 삭감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② 풀뿌리정치 훈련하고 지원하는 정당 있어야
 
-녹색당 창당에 힘을 쏟고 있는데, 사실 녹색정치 운동은 시민사회에서 전부터 계속 시도되었지만 실패한 경험 때문에 지금도 우려가 많은 걸로 압니다.
 
“시민단체, 지역단체에서 무소속으로 (지방선거에) 독자적 후보를 내어서 꽤 당선이 되었죠. 2006년에 풀뿌리 초록정치네트워크가 결성되었는데, 정당 공천제도가 생긴 다음 실패했다고 봐야죠. 지난 번(2010년) 선거 때에도 정말 아쉽게 잘 안되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볼 건가? 일을 해보고 실패한 것이 아니라, 진입에 실패한 것이죠. 정당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 정치 진입 장벽에 가로막혀 시작을 못하고 있다는 게 정확한 평가라고 봐요.
 
출마를 한다든지, 정당을 만든다는 게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과 너무 다른 거예요. 이번에도 경기 녹색정치 준비모임에서 나온 얘기가 ‘이렇게 서둘러서 해야 하냐?’는 거죠. 1천 명씩 시도 당을 결성해서 어느 시간까지 규모를 만들어야 정치세력으로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우리는 그렇게 규모에 매달려 본 적 없고 서둘러 본 적도 없는데. 그들이 만들어 놓은 규정 때문에 시작도 못하고 있는 거죠.
 
우리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일단 이 문턱은 넘자, 이 문턱은 넘고 해보자는 거죠. 그래서 진입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지방의회 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풀뿌리 정치활동가들을 만들어내면 정말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진보 진영에서 좋은 사람 내보내서 스펙 때문에 당선되는 것? 그것은 바람에 날리는 거예요. 떨어지면 끝이고. 그게 아니라 이런 활동을 함께 공유하고 -주민 참여시키는 것도 기술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지역을 바꾸는 풀뿌리 정치라는 게, 녹색당을 하는 사람들의 ‘현장 녹색정치’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 서형원 의장은 풀뿌리 지역정치가 살려면 녹색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진은 2010년 지방선거에 재출마했을 때의 선전 포스터.   
 
-녹색당에 기대하는 역할을 꼽는다면?
 
“첫 번째로는 같은 뜻을 가지고 여기 저기서 활동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동료가 되고 의논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해요. 그런 네트워크가 있어서 특별한 뒷받침이 없더라도 하다 못해 격려라도 해준다면, 단 스무 개 지역이라도 지역의원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많은 일을 했을까, 우왕좌왕하지 않고. 주민의 힘을 키우는 촉매 같은 역할을 하는 의원으로서 대단한 변화를 만드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훈련을 시키고 정책적 뒷받침까지 해준다면 얼마나 달라질까요. 훈련 정말 중요하거든요. 공부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기다리고 조율하는 능력은 상당한 거예요. 정책도 굉장히 목 말라요. 제가 환경운동연합에서 정책을 담당한 적도 있지만, 지역 정책을 실제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전문가는 드물어요. 사례부터 연구까지, 그게 정당인 거죠. 그런 지원을 해주는 정당이 있다면 얼마나 우리가 지역을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기분이 좋죠.”
 
③ ‘녹색의 해법’이 아니면 삶의 문제 해결 어려워
 
-한국의 정치는 다분히 진보/보수라는 이념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고, 사회운동조직과 정당과의 관계도 고착화된 면이 있어서요. 녹색당이 자리를 잡기 어려운 정치 지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대중과 만나는 접점을 넓힐 수 있을까요?
 
“지금 현재 시민사회운동 내부와 정당과의 관계는 오래 갈 수 있는 관계라고 보지는 않아요. 우리 사회에서 정당과 기층 운동의 관계는 사실은 과거의 관계가 묶어주고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1987년 전후에 같이 운동하면서 가졌던 관계가 묶어주고 있는 것이지, 앞으로 분화가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색’이 해야 하는 부분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저는 재생가능에너지 쪽 노동조합이 전통적인 진보정당을 지지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청년 고용 문제에 대해 전통적 진보가 내놓는 대안이 ‘정규직화’라고 압축적으로 표현한다면, 녹색의 해법은 그 산업 내부에서만 그치지는 않아야 합니다. 전체 사회를 놓고 보면 그것만으로 해결될 상황은 이미 넘어섰거든요. 농촌의 땅은 버려지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들이 땅을 마련해 2,3천 평씩 친환경 농업을 할 수 있게 해주고 판로를 보장해주면 어떨까요? 전통적 산업이 아닌 녹색이 착목하는 다른 해법이 협동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삶의 문제는 해결이 상당히 힘들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만날 ‘우리의 자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나 더 예를 들면, 의회 내에 있는 여성정치연구모임에서 설문조사 해보니까 여성들이 일자리 굉장히 원하는데 대부분 파트 타임을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더군요. 이 분들에게 ‘풀타임’ 직장이 해답은 아니잖아요. 지역에서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 사회적 기업이든 시와 민간 사이의 거버넌스 기구, 환경과 청소년, 복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죠.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봅니다.”
 
녹색당은 지난 10월 30일 서울 선유도공원에서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정당 설립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관건은 서형원 의장이 지적한 대로 정해진 시기 안에 규모를 갖출 수 있느냐이다. 법적인 정당으로서 인정받으려면, 앞으로 6개월 간 5개 시도에서 각 1천 명씩 모두 5천 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해야 한다. (조이여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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