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잘못이 아니야 순결한 피해자는 없다 ※ 춘천에서 인문학카페36.5º를 운영하는 홍승은 씨가 기존의 관념과 사소한 것들에 의문을 던지는 ‘질문교차로’ 칼럼을 연재합니다. Feminist Journal ILDA 헤어지던 날, 데이트 성폭력을 당하다 “나 정말 힘들었어. 지금도 힘들어. 잠도 잘 못자고 그 순간이 자꾸 떠올라. 나는 성폭행 당한거야. 그러니까 제발 내 앞에서 걔에 대해서 좋게 얘기하지 말아줘.” 몇 년 전, 후배에게 울면서 했던 말이다. 내 말을 들은 후배는 “언니가 그렇게까지 힘든지 몰랐어요. 미안해요” 라며 그 뒤로 내 앞에서 ‘그’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만났던 그와 나는 2년 조금 넘는 시간을 사귀면서, 50번은 넘게 헤어지고 다시 만났다. 그를 만날 때 내..
“머리가 참 짧으시네요”[머리 짧은 여자] 연재를 시작하며 * Feminist Journal ILDA 전에 봤던 아주 무례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2016년 3월의 이야기다. 그날도 나는 카페를 지키고 있었다. 저녁쯤 됐을 때 누군가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카페에 들어왔다. 젊은 남자였다. 그는 어리바리하게 다가와서는 여기가 인문학카페가 맞느냐는 말을 했다. 상당히 정중한 사람이었고, 우리 카페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수도권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춘천까지 와서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그가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했다. “근데 머리가 참 짧으시네요. 멀리서 보고 남자인줄 알았어요. 얼굴도 예쁘신데 머리를 왜 이렇게 짧게 하고 다니세요?” 세 문장으로 나를 이렇게 기분 나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