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아저씨의 성추행…기억의 번외 편 독일에서 심리치료하기⑨ ※ 독일에 거주하는 20대 후반 여성 하리타님이 심리치료 과정을 거치며 탐색한 섹슈얼리티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짊어지고 국경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제도적 차이 속에서 삶의 변화와 사회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실천해가는 여정이 전개됩니다. –편집자 주 치료실에서 나눈 대화 나: (눈을 감고 있다) 네, 제가 방금 경비실 앞으로 갔어요. 그리고 그 징그러운 경비아저씨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막 고함치고 소리를 질렀어요. “아저씨 같은 사람 진짜 역겨워요. 당신은 쓰레기야. 어린 여자애들한테 사탕 주면서,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이거 성폭력인 거 아세요? 제가 지금 당장 애 엄마 불러올 거고,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치료사: (흥미롭..
나약함이 ‘여성적’ 특질이라고? 몸이 아프다는 것과 성별 관념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편집자 주 몸이 아프다고 말하기가 싫은 이유 “아니, 괜찮아.” 몸이 아프던 초기에 사람들이 종종 물었다. 많이 아픈지,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그럴 때마다 나는 저렇게 답변했다. 물론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지 물을 때도 대부분 ‘문제없다,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 문제가 없는지, 할 수 있는지, 나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파서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왠지 싫었다. 나는 아프다고 말하는 걸 무척 조심스러워하고, 싫어하는 편이었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