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와 남, 그 지독한 이름표[머리 짧은 여자] ‘남자 같음’을 사유하다 ▶ 수영장 ⓒ일러스트레이터 조재 올해 8월말부터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물을 무서워해 평생 수영이라곤 배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덜컥 강습을 등록하고 지금까지도 수영장에 다니고 있다. 카페에서 일하는 시간이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라 오전반을 등록해야 했다. 강습 시간표와 강사 선생님들을 쭈욱 살펴봤다. 너무 이른 새벽은 어차피 등록할 일도 없었지만 진작 정원초과. 내가 등록할 수 있는 적당한 시간은 오전 10시 초급반뿐이었다. 당연히 강사 선생님을 선택할 기회 같은 건 주어지지 않았다. 선생님이 좋은 분이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강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주일 뒤에 담당 선생님이 바뀌었다..
“머리가 참 짧으시네요”[머리 짧은 여자] 연재를 시작하며 * Feminist Journal ILDA 전에 봤던 아주 무례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2016년 3월의 이야기다. 그날도 나는 카페를 지키고 있었다. 저녁쯤 됐을 때 누군가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카페에 들어왔다. 젊은 남자였다. 그는 어리바리하게 다가와서는 여기가 인문학카페가 맞느냐는 말을 했다. 상당히 정중한 사람이었고, 우리 카페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수도권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춘천까지 와서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그가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했다. “근데 머리가 참 짧으시네요. 멀리서 보고 남자인줄 알았어요. 얼굴도 예쁘신데 머리를 왜 이렇게 짧게 하고 다니세요?” 세 문장으로 나를 이렇게 기분 나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