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건강권 문제로 바라본 ‘성폭력’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선생님, 내가 뭘 잘못했소?” 전화기 너머로 따지듯 말했다. 그가 지쳐가고 있었다. 그의 억울함과 분노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자신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억울함이 꾹꾹 눌러 담긴 그때의 목소리를 아직 희미하게 기억한다. 2001년, 나는 여성단체에서 상근을 하고 있었고 그는 직장 내 성폭력 피해로 상담을 해온 내담자였다. 생산직 노동자이고, 중년여성이자, 가장이었던 그는 사내에 만연한 성폭력에 대해 피해자들 ‘대표’로 문제 제기한 내담자였다. 정말 용기 ..
“내 몸에는 흉터가 많다” 의 지면을 빌어 독일에 살고 있는 난민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로 했다. 베를린에 있는 정치 그룹 국제여성공간(IWSPACE, International Women Space)에서 발행한 책자 에 수록된 11편의 이야기를 번역해 소개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이주 여성과 난민 여성들로 구성된 팀이 다른 난민 여성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1인칭 시점의 에세이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들 다수가 망명신청자(asylum-seeker) 신분이며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마케도니아 등 분쟁 지역에서 자유와 안전을 찾아 국경을 넘은 이들이다. 첫 번째 이야기 “내 몸에는 흉터가 많다”(I have many scars on my body)의 주인공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여성으로, 이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