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혼도 안 하고 사느냐”에 대하여 전남 장흥에서 농사짓는 산하(하) ※ 비혼(非婚) 여성들의 귀농, 귀촌 이야기를 담은 기획 “이 언니의 귀촌” 기사가 연재됩니다. 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통해 제작됩니다. [일다 바로가기] 자급자족하며 비혼 여성으로 사는 삶 그러니까, 이 삶이 내게로 왔다. 농사짓는 비혼 여성으로서의 삶 말이다. 이곳, 장흥에서 농사지으며 살고 있는 나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살고 있기도 하고, 하지 ‘못해서’ 이렇게 살고 있기도 하다. ▲ 이 삶이 내게로 왔다. © 산하 비혼 여성이 점증하는 시대다. 그들은 나처럼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다가 마침내 ‘못해서’ 비혼의 삶을 이어간다. 결혼이란 걸 도저히 못할 것 같아서 안 하거나, 안 하려고 하다..
비혼(非婚) 여성의 귀농…라봉이 들려준 제주살이 귀농 4년차, 함께 또 홀로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힘 작년 5월, 제주로 여행을 갔다. 당근이 많이 나는 제주 동쪽의 조용한 마을, 구좌읍 하도리에 묵을 때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을 보러 그곳에 온 라봉을 우연히 만났다. 처음 내 시선이 머무른 건 라봉의 시커먼 손이었다. 화산토가 쏟아져 내려 검은 흙이 많은 제주, 그곳에서 농사짓는 라봉의 손에는 손톱까지 까만 흙이 가득 박혀 있었다. 라봉은 손을 깨끗하게 씻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얘기 들어보니 기계는 물론 괭이조차 쓰지 않고,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흙을 뒤집어가며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그 손을 보고 있노라니 나의 귀농에 대한 낭만이 깨지는 것 같았다. ▲ 제주여성농민회 언니들과 풍물 배울 때. 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