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일상을 견디어가다: 누구나 20대 초중반에서 후반의 나이로 넘어가면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되는 듯 하다. 신문이나 잡지를 봐도 더 이상 흥미진진한 지식을 얻기 어렵다. 연애나 친구관계에 있어서도 더 이상 새로운 경험을 기대할 수 없다. 한편 취직을 하건 전문적인 직종에 종사하기 위해 사회 진입을 유예하건 간에 다소 불만족스러운 상태가 된다. 사회의 벽은 높고 자신이 기대한 만큼의 자리를 얻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가하라 마리코의 은 잡지에 글을 쓰면서 소설가를 지망하는 28살 마리코의 일과 사랑을 그린 만화다. 단정하지만 평범한 그림체에, 20대 후반 여성의 일과 사랑이라는 다소 정형화된 주제를 다룬 이 만화는 욕심이 없고 상당히 소박하다. 그래서 오히려 주인공의 현실적인 ..
건조하고 쓰디 쓴, 소년의 성장기: 체스터 브라운의 체스터 브라운의 는 상당히 보기 드문 스타일로 소년의 성장을 솔직하게 다룬 만화다. 체스터 브라운은 1980년대 등장한 캐나타의 얼터너티브 만화의 선두주가로 꼽히는 작가로, 언뜻 보기에도 판화처럼 검은 배경 위에 몇 개의 하얀 칸으로 전개하는 방식이나 가는 선으로 그려진 다소 그로테스크하고 힘없이 보이는 인물들의 모습은 영미계열의 인디만화라는 인상을 풍긴다. 괴기스럽고 특이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다른 작품과는 달리 는 극도로 사실적인 상황을 절제미 있게 연출한다. 일상적 폭력과 의사소통의 단절 드러내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임을 확실하게 표시하기 위해서일까, 작가와 주인공의 이름은 같다. 체스터는 지방의 중소도시로 여겨지는 어느 마을에서 살고 있다. 그는 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