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규석 글, 그림 (창비) 만화가 최규석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블로그와 게시판에 절찬리 스크랩되었던 패러디 만화 때문이었다. 라는 제목을 보고 아기공룡 둘리를 기대하고 클릭했다가, 임노동자가 되어버린 둘리아저씨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이 잘린 둘리, 박카스아줌마 또치와 해부용으로 팔려가는 도우너 등등 더 이상 명랑만화의 주인공이 아닌 그들이 몸으로 겪는 세상의 황량함과 폭력성이 슬펐다. 그 다음으로 접한 만화는 현재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6월 민주화 항쟁을 다룬 이다. 매일같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현 시점에서, 이 만화가 지난 역사의 뒷페이지가 아니라 현재형으로 느껴진다는 점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위의 두 작품을 읽고서 내가 느꼈던 것은 1980년대적인 감수성..
이토준지의 만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공포영화의 주인공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이다. 귀신이면 귀신이지 성별이 무슨 문제가 되겠냐 마는, 왠지 남자귀신보다는 여자귀신이 더 귀신답고 섬뜩하다. 방영 기간 동안 큰 인기를 모았던 TV 시리즈 에서도 주인공은 어김없이 처녀귀신이다. 한국의 전통적 귀신 모티브는 현대의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유사한 캐릭터로 만들어진다. 공포를 일으키는 소재로 여자귀신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할 수 있다. 귀신은 자고로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간절한 바램,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한’(恨), 자신을 죽음으로 내 몬 사람들에 대한 ‘원한’(怨恨)등을 품고 있어야 한다.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강력하고도 어두운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