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다섯째 이야기 ② 듬성듬성해진 텃밭을 한 바퀴 휘 돌며 고랑에 가득한 잡풀을 뽑다가, 나는 규모가 작은 감나무 아래 이랑에 쪽파 구근을 심기로 한다. 두 개의 두둑 중 한 곳엔 이미 지난여름에 심은 당근 20여 포기가 쌉쌀한 향기를 내뿜으며 연한 주홍색 어깨를 넓혀 가고 있다. 떨어지는 감 폭탄을 견뎌내면서도 놀랄 만큼 잘 자라준 당근을 곁눈질해 가며, 나는 그 옆 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쪽파를 심는다. 늦어도 일주일 후면 싹이 올라오고 늦가을이면 파란 줄기가 제법 뾰족해지다가 겨울을 넘기면서 마침내 달고 매운 제 맛을 내리라. 그러고 나면 뽑히고 다듬어져 밥상에 오르겠지. 그럼 그다음은? 이 자리엔 또 어떤 작물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게 될까? 오직 사람만 없는, 집 ▲마을..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다섯째 이야기 ① 어젯밤 눈송이처럼 소리도 없이 빗방울 몇 개가 떨어지는가 싶더니, 오늘은 소매 긴 옷을 겹쳐 입어야 할 만큼 기온이 떨어져 있다. 잔뜩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 가을 아침. 몸을 움직여 뭔가를 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나는 뒷집 아주머니가 주신 쪽파 구근을 일찍 심기로 하고 밖으로 나간다. 대문을 열자 물기 가득한 흙냄새가 밀려온다. 이런 냄새를 뭐라고 해야 하는 건지.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냄새라 하면 말이 되려나 모르겠다. 빈자리가 커 보이는 아침 바람 스산해지고 사물 사이 여백이 많아지는 가을엔,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다. ©자야 쪽파 심을 곳을 정하기 위해 텃밭을 휘휘 둘러보니 어느새 듬성해진 자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규모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