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ㅋㅋ만화방’에서의 게릴라 공연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그렇게 작은 것들”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 언니는 나의 첫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두 살 위의 똑부러지면서도 다정한 언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유독 언니의 고슬고슬하고 따뜻한 이불을 좋아했는데(돌돌 둘러싸고 있으면 애벌레 같아서 애벌레 이불이라고 불렀다.) 틈만 나면 언니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곤 했다. ▲ 언니의 고슬고슬한 '애벌레 이불' © 이내 언니가 졸업을 하고 방글라데시로 자원 봉사를 떠났을 때, 대구에 있는 언니 집에 처음으로 하루 묵을 일이 생겼다. 어여쁜 언니의 어머니는 언니가 그리울 거라며 내가 좋아하던 이불을 특별히 준비..
비혼(非婚) 여성의 귀농…라봉이 들려준 제주살이 귀농 4년차, 함께 또 홀로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힘 작년 5월, 제주로 여행을 갔다. 당근이 많이 나는 제주 동쪽의 조용한 마을, 구좌읍 하도리에 묵을 때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을 보러 그곳에 온 라봉을 우연히 만났다. 처음 내 시선이 머무른 건 라봉의 시커먼 손이었다. 화산토가 쏟아져 내려 검은 흙이 많은 제주, 그곳에서 농사짓는 라봉의 손에는 손톱까지 까만 흙이 가득 박혀 있었다. 라봉은 손을 깨끗하게 씻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얘기 들어보니 기계는 물론 괭이조차 쓰지 않고,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흙을 뒤집어가며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그 손을 보고 있노라니 나의 귀농에 대한 낭만이 깨지는 것 같았다. ▲ 제주여성농민회 언니들과 풍물 배울 때. 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