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본 ‘국제시장’ 문승숙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칼럼입니다. 영화관에서 을 보고 돌아서는 길에, 엄마가 묻는다. “근데, 왜 저 부인 가족 이야기는 안 나오지? 둘 다 독일에서 광부로, 간호사로 일하다 만났고 여자도 맏이고 자기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면서, 결혼한 다음 부인 친정 쪽 가족은 어떻게 된 건지, 맏딸이 더 안 벌어줘도 되는 건지, 어찌됐는지 그런 얘기는 없냐?” 이상하다는 것이다. 왜 여자가 결혼하고 나면 남자 쪽 가족으로만, 게다가 의존적인 존재로만 그려지는지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도 했다. “마지막 장면 참 안됐더라, 남편이 아버지를 부르면서 ‘그동안 힘들었다’고 우는 장면 말이다. 그러게, 남자들이 밖에서 ..
① 군 창고에서 일어나는 일들 : 육군으로 군생활을 마친 한 예비역 병장의 고백 자기 언어를 갖는다는 것. 언제부턴가 나는 이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의 경험과 현실을 돌아보는 것이었고 남성성, 권력, 폭력 등을 성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군대. 여기에서의 나는? 남성 예비역 병장이다. 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게 되었다. 혼자서 조금씩 생각만 해왔던 이야기, 이제는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나의 군대 이야기를. 군대가 사람 만든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흔히 말하는 인간적인 사람으로, 정이 참 많았다. 춤과 랩에 뛰어난 소질이 있기도 했다. 장기자랑 시간이 있는 날이면 그는 모든 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