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으로 주인공 명은은 고향인 제주도를 찾았다. 명은(신민아), 명주(공효진) 자매, 마지막까지 어머니 곁을 지켰던 현아 이모와 명주의 딸 승아가 한 자리에 모였다. 명은은 가족들과 친해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무덤덤해 보인다. 명은은 언니 명주에게 함께 아버지를 찾으러 떠나자고 한다. 명주가 명은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매는 아버지가 다르다. 사는 모습도 다르다. 명은은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고, 명주는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며 시장에서 생선을 판다. 명은은 짧은 컷트 머리에 바바리 코트를 입었고, 명주는 긴 퍼머머리에 현아 이모가 낡은 옷을 ..
▲ 최규석 글, 그림 (창비) 만화가 최규석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블로그와 게시판에 절찬리 스크랩되었던 패러디 만화 때문이었다. 라는 제목을 보고 아기공룡 둘리를 기대하고 클릭했다가, 임노동자가 되어버린 둘리아저씨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이 잘린 둘리, 박카스아줌마 또치와 해부용으로 팔려가는 도우너 등등 더 이상 명랑만화의 주인공이 아닌 그들이 몸으로 겪는 세상의 황량함과 폭력성이 슬펐다. 그 다음으로 접한 만화는 현재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6월 민주화 항쟁을 다룬 이다. 매일같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현 시점에서, 이 만화가 지난 역사의 뒷페이지가 아니라 현재형으로 느껴진다는 점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위의 두 작품을 읽고서 내가 느꼈던 것은 1980년대적인 감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