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덕을 보는 건 여자가 아니라 기업『세탁기의 배신』 서평 에세이 초유의 최장 장마를 보내자니 빨래 시름이 깊어진다. 빨래야 세탁기가 한다지만 말려 나오는 것은 아니니, 여름이라 더 자주 나오는 빨래 건조가 큰 문제가 된 것이다. 세탁물 건조 고민을 하는 내게 지인이 내놓은 선선한 해결책은 건조기였다. 건조기는 남의 나라 얘기인 줄 알았던 내게, “여태 그걸 안 쓰냐”며 밉지 않은 잔소리를 한 지인은 건조기의 장점을 입이 마르게 칭송했다. “건조기 쓰고부터 우리 애들은 집이 호텔인 줄 안다니까. 수건을 한 번 쓰고 버려. 널 걱정 건조 걱정 한 방에 해결. 진짜 좋아. 전기료 얼마 안 나오니 당장 사요.” 전기료가 얼마 안 나온다는 말에 잠깐 팔랑귀가 된 나는 건조기를 검색해 보았다. 알고 보니 몇..
엄마됨과 작가됨은 양립할 수 있을까세계적인 페미니스트 작가 16인의 에세이 『분노와 애정』 『분노와 애정』은 캐나다 사진작가 모이라 데이비(1958~현재)가 첫 아이를 출산한 후, 개인적인 동기 부여를 위해 찾아 읽은 16인의 여성·작가·페미니스트·엄마(1인 제외)들의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여성들의 몸, 그중에서 특히 ‘엄마됨’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정체성으로 이들이 마주해야 했던 세상에 대한 서사이기도 하다. 영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도리스 레싱에서부터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시인이자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운동가 에이드리언 리치,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르 귄 등이 등장하여 서로를 인용하고, 수용 또는 비판하면서 그물처럼 엮이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열여섯 명의 여성 작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