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편에 서는 법[法] 곽현화 씨의 긴 싸움이 갖는 의미 곽현화 씨의 사건을 맡게 된 것은 2017년 초, 독립PD협회에 소속된 김영미 PD의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당시 곽현화 씨는 ‘명문대 출신 개그우먼’, ‘미녀 개그우먼’ 등으로 불리며 대중의 인기를 모으고 있었지만, 나는 사건을 맡기 전까지 그에 대해서도 그가 겪고 있던 사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김영미 PD에 따르면, 재능 있는 젊은 여성 연예인이 있는데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게 된 영화를 촬영하던 중 가슴노출 씬을 찍게 되었고,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장면이 임의로 유포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 사건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기소가 되었으나, 1심에서 곽현화 씨의 노출 영상을 동의 없이 사용한 감독에게 ‘무죄’가 선고된 상태였..
페미니스트 국어 선생들이 말하는 ‘요즘 학교 어떤가요’③ 이제껏 국어 시간에 만난 시인들을 한 명씩 불러보자. 윤동주, 백석, 이육사, 김소월, 한용운, 박목월, 박두진, 유치환, 이용악, 서정주…. 익숙한 호명에 몇몇은 얼굴까지도 또렷이 떠오른다. 그들은 국어교육 내에서 더는 도전받지 않는 뚜렷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들의 위상은 너무도 확고하여 일견 깊은 해자와 웅장한 산세로 둘러싸인 견고한 성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문학사적 업적이나 지명도 외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라고 하면 선뜻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숨 쉬듯 익숙한 것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바로 작가의 성별이다. 전부 남성인데, 왜 학창 시절에는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의아할 정도다. ▲ 학생들이 국어교육을 통해 만나게 되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