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위대한 사람’에 대한 위인전이나 평전을 읽으면서, 한번쯤은 그런 사람이 되는 상상도 했던 것 같다. 이제는 ‘과연 그럴까?’라고 의심해본다.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이 그런 위대한 인물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의 아픔을 대신하기 위해, 누구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권위와 위엄을 갖춘 높은 자리에 앉아 칭송 받는 게 옳은 일일까 의심되고, 과연 그런 사람이 ‘훌륭한’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진정 필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해 ‘용기 있게’ 얘기하도록, 스스로가 인생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용기 있는 개인들이 많아지는 것이, 그런 얘기를 깊이 듣고 서로가 이해할 수 있을 때가, 위대한 ‘영웅’의 탄생보다..
근친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리 프랑스 보트의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희선 이자벨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스물세 살 여성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피난민 수용소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수용소의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베트남을 탈출해서 중국 해를 건너던 중 해적을 만나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홀로 자신들을 받아줄 나라로 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눈앞에서 가족들이 해적에게 살해되거나 폭행당하는 것을 본 아이들은, 그 기억을 마음속 깊이 비밀로 간직한다. 가족이 없기 때문에 이름만 기억할 뿐 성을 잃은 아이들에게, 이자벨은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녀는 자발적으로 아버지가 준 성을 버렸다. 아버지의 성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웅진주니어)은 아버지에게 열한 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