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을 안고 사는 아이들: 영화 전쟁의 고통은 비단 죽음과 부상의 아픔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삶의 터전의 파괴, 기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익숙한 것들과의 작별. 이 모든 슬픔과 공포, 충격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전쟁 기계에 살해당한 자들의 고통은 비록 읽어낼 수 없는 무형이지만, 고스란히 남아있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전쟁은 인간이 창조해낸 가장 극악하고 극대화된 폭력의 정점이기 때문에, 살아남은 인간들이 떠맡아야 하는 상흔은 종종 한계 이상으로 넘어버리곤 한다. 영화는 한 무리의 여성들이 눈을 감은 채 서로에게 기대고 포개어진 채로 누워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는 이 군상들을 담담하게 훑고 지나간다. 왜 그들이 거기에 그렇게 무력하게 겹쳐져 있는지..
가을 지리산 종주 이야기 천왕봉으로 가기 위해 첫날밤을 치렀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길은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더부룩한 속을 탄수화물로 채웠건만 끝끝내 햇발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스름한 하늘이 몇 줄기 햇빛으로 찬란하게 갈라지는 풍경은 볼 수 있었다. 예상보다 몸이 가벼웠다. 다리는 땡땡하지 않았고 사뿐사뿐 걸을 수 있는 몸이었다. 단 배낭의 무게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첫날 화엄사 계곡을 오르던 것에 비해선 분명 길은 수월했다. 들판을 걷는 듯한 기분이랄까. 새빨간 단풍잎을 보며 감탄해 마지않는 그녀들 둘째날 코스는 노고단에서 돼지령, 임걸령 샘터, 반야봉, 노루목, 삼도봉, 화개재, 토끼봉, 총각샘, 명선봉을 거쳐 연하천 대피소에서 점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