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리의 영화 (2008) . 제목을 보아 하니 영화만 봐도 행복해질 것 같았다. 행복한 일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요즘, 꼭 필요한 영화 같았다. 오랜만에 늦잠이 허락된 토요일 아침, 피곤에 찌든 몸을 일으켜 일찍부터 극장 나들이를 했던 것은 그만큼 내가 ‘행복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아, 행복해지고 싶어! 영화초반의 느낌, 한마디로 짜증난다 영화제목 “해피 고 럭키”(Happy-Go-Lucky)는 “태평스럽다, 낙천적이다”라는 의미의 합성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폴린(애칭은 ‘포피’)은 제목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천하태평’에 무슨 상황에서도 ‘낙천적’인 서른 살 노처녀다. (포피 스스로 그렇게 말한 거니까 노처녀란 표현에 딴지 걸지 말길.) 영국..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어두컴컴한 산속 길. 수십 명의 사람들이 머리에는 헤드라이트를 두르고 손에는 전등을 들고서 천왕봉으로 향하고 있었다. 살을 에듯이 바람은 날카로웠다. 그 속에 우리 11명의 일행들이 오르고 있었다. 헉헉대는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오르막의 산길은 힘들었다. ‘앞이 보였다면 조금은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마음을 위로하며 천천히 올랐다. 푸르스름한 새벽기운이 느껴질 때쯤 드디어 천왕봉에 도착했다. 정말 내가 종주를 했구나 하는 기특함으로 스스로를 칭찬했다. ‘잘했다. 야리’.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종주의 기쁨이 큰 만큼 아쉬운 하산 길 천왕봉에서 선명하고 맑은 일출은 보지 못했다. 날이 훤하게 밝아오자 우리는 하산을 결정했다. 배낭을 챙겨 매는데 ‘천왕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