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이야기요? 그걸 어떻게 이야기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말로 다 못해요.” 그렇게 말하며 조순옥씨는 웃는다. 쉰넷, 그의 나이다. “아직 좋은 나이야. 오십에서 육십 넘어가면 그때는 정말 달라.” 앞에 앉아있던 손님이 그의 얘기를 들으며 말한다. 머리를 만져주는 미용사 조순옥씨보다는 열 살쯤 손위 나이로 보였다. 오십이면 아직 충분히 젊은 나이라고 몇 번이고 말한다. 손님의 말처럼, 미용실을 운영하며 사람들의 머리를 해주는 그는 아직 곱다. 조순옥씨는 이제껏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다. “나는 삼십대, 사십대를 어떻게 보냈는지 정말 기억이 안 나요.” 그러나 그는 지금 지나온 세월에 대해 말하고 있다. 긴 시간이었지만,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시간. 한 순간도 헛되게 보내..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세계 황량한 우주와 디스토피아(가공의 이상향,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적 미래가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 이 만화에서 우주를 가로지르는 열차 모티브는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의 동화 에서 따온 것이다. 생명과 자연이 자아내는 투명한 서정성 미야자와 겐지는 생전에는 인정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일본의 대표적인 동화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작 은 SF적인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인상적인 세계를 펼친다. 가난하고 외로운 소년 조반니와 친구 캄파넬라는 밤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하늘거리는 용담꽃, 수정 같은 모래, 인광처럼 빛나는 은하의 물, 타오르는 전갈의 붉은 불이 둘러싼 환상적인 풍경 속에서 조반니와 캄파넬라는 이별, 죽음과 같은 인간이 홀로 감당해야 할 숙명적인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