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여신이 던지는 흥미로운 에피소드 바비인형에 하나의 완결된 입장을 제시하기란 쉬우면서도, 어렵다. 바비인형이 표상하는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는 명백하다. 그러나 아이들의 장난감(애착의 대상)이자, 당대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바비인형의 무게감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비인형이 소녀들의 수많은 장난감들 가운데서 단연코 압도적인 매력을 과시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엄청난 자본을 끌어 모은 이유는, 바비인형이 미국 사회의 '성인여성'을 체현하기 때문이다. (새움)는 그간 바비인형에 대해 쓰여진 논문 및 에세이 23개를 엮은 책이다. 이 글들은 하나의 입장으로 모이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바비의 심장에 말뚝을 꽂거나 케이크 몇 조각을 더 먹이자"라고, 다소 격하게 바비가 상징하는 '날씬한..
루네의 첫 앨범「absinthe(압생트)」 누구라도 돌아볼 수밖에 없는 그녀의 음색을 처음 들었을 때 갑자기 어떤 음악들이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는 루네가 전한 낯섦의 충격에서 비롯된 기분으로, 절대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것이지요. 정말이지 그녀의 음악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거든요. 기이한 나비가 바람에 취해 흩날리는 꽃잎을 따라가듯이, 그녀의 손가락에서 힘을 받은 피아노는 몇 가지 반복적인 연주를 시작합니다. 곧 루네의 노래가 여기에 합쳐지는데 그건 마치 몽롱한 화면 밖으로 새어 나온 숨소리 같아요. ‘내일은 더 다가가겠지/ 아무도 없다던 그곳’ (「The Memory Of Nobody」중에서) ‘꿈에 지쳐 날 버린 곳/ 하, 모두 기억나/ 너에 지쳐 날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