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댄스를 배우러 찾아간 한 스튜디오. 탈의실에 까만 레오타드를 입은 여성들 서너 명이 쪼그리고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대에서 30대 중반의 성인여성들이, 낯 모르는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탈의실에서 훌쩍거리다니, 뭔가 이상했다. 사정을 잘 아는 듯한 이가 들어오더니 한마디 던진다. “수미선생님 연습 있었구나? 울지마. 괜찮아. 나아질 거야.” 대체 얼마나 무서운 분이길래? 그게 내가 3년 전에 마주한 선생님에 대한 첫 느낌이었다. 춤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그 분야로 진출하려는 이들이 모인 전문인 반에선 말할 것도 없고, 취미 삼아 발레를 배우는 학생이나 직장인, 주부들이 다니는 일반인 수업에서도 선생님의 호된 야단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수업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있..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으로 주인공 명은은 고향인 제주도를 찾았다. 명은(신민아), 명주(공효진) 자매, 마지막까지 어머니 곁을 지켰던 현아 이모와 명주의 딸 승아가 한 자리에 모였다. 명은은 가족들과 친해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무덤덤해 보인다. 명은은 언니 명주에게 함께 아버지를 찾으러 떠나자고 한다. 명주가 명은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매는 아버지가 다르다. 사는 모습도 다르다. 명은은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고, 명주는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며 시장에서 생선을 판다. 명은은 짧은 컷트 머리에 바바리 코트를 입었고, 명주는 긴 퍼머머리에 현아 이모가 낡은 옷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