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춘신의 생활문학’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오른쪽 여자 왼쪽 여자] 친구 생일날이었다. 안방 텔레비전 위에 놓인 샛노란 장미꽃다발 자랑이 늘어진다. 아들의 여자친구가 사온 거란다. 친구는 얼굴 가득 함지박만한 웃음을 달고서 아랫목에 길게 누워있다. 예비며느리는 탕수육을 만들어 드릴 테니 기다리시라는 깍듯한 인사말까지 한다. 자글자글 기름 끓는 소리를 들으며 며느리 볼 나이가 됐음을 실감했다. 까치발이 되어 종종 걸음을 치는 스물 중반의 여..
아무리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지난 1월, 베란다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던 화초들 중 여러 아이들이 얼어 죽었다. 겨울을 거기서 늘 견뎌왔지만,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갑작스런 한파를 신경 쓰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렇게 죽은 것들 중에는 프랑스에서 키우다가 가져온 것도 하나 있었다. 화초가 얼어 죽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프랑스에서 공부를 할 때도 난 화초를 많이 키웠었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창밖, 넓은 물받이 위에 분들을 줄지어 놓고 높은 창틀에 걸터앉아 그들을 돌보곤 했다. 잘 키운 것은 가까운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고, 또 벼룩시장에서 팔기도 했다. 그리고 귀국할 때는 모두 그곳 식물원에 기증을 했다. 하지만 욕심이 나는 것들은 한 조각씩 떼어 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