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 이야기②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24]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들어가면 백전마을이란 곳에 내가 다니는 학교가 있다. 일종의 생태대안학교로, 폐교된 학교를 고쳐서 만들었으나 가꾸는 사람이 별로 없어 풀이 무성한 곳이다. 주로 어른들이 공부하러 오다가 아예 이곳에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교 곳곳에는 버릴 만한 오래된 물건들이 제법 있어서 하루는 낡은 의자를 하나 집으로 가져왔다. 앉는 방석은 없어지고 뼈대만 남은 것인데 오랜 시일동안 방치된 듯 녹이 많이 슬어있었다. 이것으로 생태화장실을 만드는데 쓰려고 집어왔다. 빌려 사는 시골집의 화장실이 ..
강간은 남성성의 본질이 아니다 읽기 관계에서 상처는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아프지 않고는 타인을 만날 수 없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내 자리를 내어주고, 또 내 공간으로의 침입을 용인해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공간이라는 말은 추상적이기도, 심리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물리 법칙만큼 실제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런 사실은 관계 맺음에 있어서, 나도 누군가에게 폭력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근거여야 한다. 즉, 내가 다가가고자 하는 ‘그/녀’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 없이, ‘그/녀’의 기꺼운 환대 없이 다가간다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침범이다. 그러니 ‘너는 왜 나를 받아주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최소한 ‘어떻게 하면 나를 받아주겠니’는 그나마 낫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