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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이야기②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24]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들어가면 백전마을이란 곳에 내가 다니는 학교가 있다. 일종의 생태대안학교로, 폐교된 학교를 고쳐서 만들었으나 가꾸는 사람이 별로 없어 풀이 무성한 곳이다. 주로 어른들이 공부하러 오다가 아예 이곳에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교 곳곳에는 버릴 만한 오래된 물건들이 제법 있어서 하루는 낡은 의자를 하나 집으로 가져왔다. 앉는 방석은 없어지고 뼈대만 남은 것인데 오랜 시일동안 방치된 듯 녹이 많이 슬어있었다. 이것으로 생태화장실을 만드는데 쓰려고 집어왔다. 

 

 

빌려 사는 시골집의 화장실이 장마와 태풍 때문에 사용하기가 무척 곤란하게 된 이후로,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준비하려던 생태화장실을 급히 만들기로 한 것이다. 마침 기존 화장실 공간과 출입문 사이에 작은 공간이 하나 더 있어서 그곳에 구상한 것을 조성하기로 했다. 

 

우선 뼈대뿐인 의자에 다이X에서 오천 원 주고 구입한 변기 커버를 단단히 묶어 맸다. 그런 다음 욕실 벽을 단장하는데 썼던 빠데(퍼티) 통을 가져다 의자 밑에 놓아보았다. 의자다리 높이가 빈 통의 높이보다 10cm정도 높아 추가 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안성맞춤의 고물의자 같으니라고!

 

얻어 놓은 쌀겨를 변통(빠데통)에 깔고 그 옆에 따로 담아 놓았다. 집에서 나온 태운 재도 옆에 같이 두고 덜어 쓸 수 있는 바가지도 얹어 놓았다. 큰일을 보고나서 쌀겨와 재를 솔솔 뿌려놓으면 냄새도 그닥 나지 않는다. 의자 주변에 예쁘게 녹색 천을 둘렀지만 그림에서는 생략했다.

 

나름대로 생태화장실을 뚝딱 만들어 놓고서는 스스로 대견했다. 우리 어머니가 보시면 별걸 다 하고 산다고 하시겠지. 쭈그려 앉아 볼일을 보다가 이제는 서양식으로 앉아 볼일을 보니 우선 다리가 저리지 않다. 볼일을 보며 책을 보는데 불편함도 없다. 다만, 소변은 따로 보아야 하는 점이 번거롭다면 번거롭달까. 그러나 편하게 된 부분들이 많아서 그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변통이 된 빠데통을 종종 비워주고 깨끗하게 씻어서 말리는 일 정도도 수고스럽지 않다. 이 일을 게을리 하면 여름엔 구더기가 생기기 십상이니 주의하면 된다.

 

이때만 해도 이렇게 임시로 사용하다가 생태화장실을 더 곱게 마련하고자 했으나, 이내 만족하여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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