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딸과 느릿느릿 아시아여행 *풍경보다는 사람을, 사진 찍기보다는 이야기하기를, 많이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물기를 선택한 어느 엄마와 세 딸의 아시아 여행기입니다. 11개월 간 이어진 여행, 그 길목 길목에서 만났던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진형민) 인도네시아 아체① 인도네시아 아체(Aceh)는 두 번째 걸음이다. 재작년 여름 나는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고 이곳에 왔었다. 우리 반 아이들과 아체 아이들은 그 해 봄부터 펜팔 중이었고, 여름방학을 맞은 나는 불현듯 우체부를 자청하여 아이들이 써둔 편지꾸러미를 챙겨들고 이곳까지 날아왔었다. 평화활동가들과 교사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는 모임에서 아체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한때 아름다운 왕국이었던 아체는 네덜란드 식..
*풍경보다는 사람을, 사진 찍기보다는 이야기하기를, 많이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물기를 선택한 어느 엄마와 세 딸의 아시아 여행기입니다. 11개월 간 이어진 여행, 그 길목 길목에서 만났던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필리핀 보홀 섬 필리핀에서 지내다 보니 집이 별거냐 싶다. 날씨 탓이 크겠지만 여기 집들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음새마다 벌어진 틈으로 바람이 드나들기 일쑤고, 칠이 벗겨졌거나 아예 칠해지지 않은 집들도 많다. 하지만 다들 개의치 않고 산다. 때 되면 밥해 먹고 날 저물면 몸 누여 쉴 수 있는 곳으로 족하기 때문일까. 하긴 원래 집은 그런 것인데, 살다보니 그 단순한 진실이 자꾸만 어렵고 복잡해진다. 보홀 섬 바클라욘(Bohol Baclayon)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