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털어놓는 말, 외모 콤플렉스 바람을 두려워하는 나 나는 바람을 싫어한다. 바람이 불면 머리가 날리니까. 머리가 날리면, 내 얼굴형이 적나라하게 보이니까. 미인의 조건이라는 ‘계란형’과 내 얼굴형을 비교하게 된 때부터(아마도 초등학교 5학년부터) 내 이마는 앞머리로 단단하게 덮여있었다. 이마가 넓은 데다가 아빠를 닮아 푹 파인 M자형이고 평평하기까지 해서, 바람이 불면 넓은 M자 이마가 훤칠하게 드러난다. 초등학교 때 같은 반에 ‘황비홍’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이마가 동그랗게 넓어서 매일 놀림을 받았는데, 나는 그 친구가 부러웠다. “너는 그래도 동그란 이마잖아, 나는 M자야” 라는 말로 의도치 않게 친구를 위로하기도 했다. 내 M자 이마를 미워하다 보니, 나에게 M자 유전자..
사랑과 관계에 대한 열 가지 의문 다양한 사랑의 상상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 홍승희 씨의 섹슈얼리티 기록 “치마 속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저널 # 들어가며 이제까지 확인된 바로는 나는 양성에게 로맨스 끌림을 느끼고 이성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이성애자다. 이 세계에서 사랑은 남녀 간의 성적, 로맨틱 끌림을 기본 전제로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누구에게도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 무성애자도 있고, 누구에게도 로맨틱 끌림을 느끼지 않는 에이로맨틱도 있다. 나는 나의 경험을 통해서 범성 로맨틱 이성애자였던 나의 위치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사랑은 이래야지 저래야지, 하는 사변적인 이야기들 말고 내가 경험한 구체적인 관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폴리아모리와 이성애, 양성 로맨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