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41) 내 커피포트 이야기 ▲ 21년을 써 온 나의 커피포트 '뽀또' ©윤하 ‘뽀또’가 죽었다. 뽀또는 내 커피포트의 이름이다. 커피포트의 ‘포트’를 좀 귀엽게 발음해서 ‘뽀또’로 이름을 붙였다. 며칠 전, 드디어 이 커피포트가 망가졌다. ‘드디어’라는 표현이 적당한 것이, 뽀또는 20년 전에 구입한 구닥다리 포트였다. 내가 결혼할 때 어머니께서 신혼살림으로 장만해 준 것들 중 하나다. 이것들 가운데 이불이나 찻상은 자주 쓰지 않아도, 아직도 이따금씩 사용하고 있고, 밥그릇이나 접시 같은 그릇들은 지금도 요긴하게 매일 매일 잘 쓴다. 그러나 늘 내 곁에 있는 것으로 뽀또를 능가할 만 한 건 없다. 이혼이 결정될 무렵 전남편이 보내온 내 신혼살림을 보며, “내 딸 인생이 망가..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열여덟번째 일 년에 네다섯 번쯤 마을 울력을 한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는 '꽃길 가꾸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청소가 주된 일이다. 봄에는 봄맞이 대청소를, 설과 추석이 끼여 있는 가을겨울엔 명절맞이 대청소를 하는 식. 며칠 전이 마침 청소하는 날이어서 아침상을 물리자마자 빗자루를 들고 회관 앞으로 나갔다. 작년 가을부터 올 초봄까지 집을 비운 적이 많은데다, 집에 있는 날엔 춥다고 방에 웅크리고 있느라 동네 분들을 거의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동네 분들을 뵙는 자리에 나서는 것이 조금 쑥스러우면서도 설렜다. 늙었다고 봄을 모르겠는가 시골에서 땅만 파며 산다고 해서, 게다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봄을 외면할 수 있을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를 리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