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 있는 밭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킬까?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열아홉 번째 이야기 1월 한 달 놀고 2월부터 다시 일을 시작한 K. 그 일이라는 게 밭작물을 키우는 것이어서 3월 중순까지는 그런대로 한갓졌는데, 그 이후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면서는 많이 피곤해하는 것 같다. 아침형 인간인 나와는 반대여서 밤에 오히려 생생해지고 기운 나는 사람이, 요즘은 저녁을 먹고 나면 영 맥을 못 춘다. 방금 전에 엎드려서 책을 펼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속에 얼굴을 묻고 졸기 일쑤. 내 예상을 비껴간 K의 결정 그런 K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흐뭇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애당초 시골생활에 큰 뜻이 없던 그가, 심지어 텃밭 수준의 농사도 한 발자국 뒤에서 관망하며 내가 해달라는 것만 하던 그가 ..
엄마가 사라졌다 3. 헛된 바람뿐인 질문들 [연재: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기록, "꽃을 던지고 싶다" 3] www.ildaro.com 여덟 살 때 살던 집은 마당에 펌프가 있는 수도가 있었고, 그 수도를 주변으로 우리 집까지 총 네 집이 마당을 함께 쓰며 생활했다. 항상 아침저녁으로 마당을 함께 쓰는 집이었기에 우리는 옆집의 상황들을 잘 알고 있었다. 마당을 지나 대문을 나서면 커다란 도로변이 있었다. 엄마는 그 집의 길가에 있는 가게를 얻어 ‘선화정’이라는 술집을 시작하셨다. 예쁜 언니들이 있었고, 그 언니들이 어린 나에게 담배심부름도 시키고 예뻐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언니들이 피던 담배를 그 집에 살던 나의 또래들과 몰래 피웠던 기억. 어찌 되었건, 장사가 잘 되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당시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