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의 ‘어쩌다 빛’ 글의 후반부에 들어가며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feminist journal 일다 ILDA 장면 1. 겨울 들판에 찌르레기가 난다. 수십 마리가 공중 쇼를 하듯 위로 솟구치다가 갑자기 선회한다. 사십오도 각도로 비스듬한 급 하강! 순간 새들의 하얀 배가 햇살에 투명하게 ‘화들짝’ 드러난다. 아, 아, 눈이 부시다. “챠르르, 챠르르..”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쌀 씻는 소리’로 노래하며 찌르레기들은 겨울 들판을 난다. 새들이 선회하는 방향을 따라 내 몸도 기운다. 내 몸 안에서도 ‘챠르르 챠르르’, 경쾌한 쌀 씻는 소리가 환하게 들린다. ▶ 황량하고 너른..
섹슈얼리티의 억압도 정치적인 것이다 혁명과 섹스②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 홍승희 씨의 섹슈얼리티 기록. (일다) feminist journal ILDA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라? 동거하기 전, 우리는 자주 모텔에 갔다. 섹스할 곳이 없었으니까. 모텔은 비싸서 DVD방에서 황급히 일을 치르기도 했다. 어느 날 섹스 후 그가 말했다.“우리, 이제 너무 자주 모텔에 오지 말자.”“응. 왜요?”“사람들이 그렇게 볼 수도 있어. 혁명한다는 애가 여자랑 이런 데를 와? 하고 말이야.” 수긍했다. 모텔에서 나오는 길에 아는 사람과 마주칠 때 민망했으니까. 그런데 그의 말이 왠지 거북했다. 나는 그저 ‘여자’이고 우리가 교감하는 이곳은 ‘이런 데’일 뿐인가. ▶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