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철학하는 일상] 지구상의 온 인류가 최근 손을 깨끗이 하기 위해 사용한 물은 얼마나 될까? 경쟁하듯 넘쳐 나는 신종플루에 대한 기사를 대할 때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커져만 가는데, 그 두려움을 맞설 유일한 방도가 틈만 나면 손을 씻는 것이라니…. 내게 손 씻는 강박적 습관을 안겨 준 그 존재가 어느날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면, 놀라운 일일까?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인 바이러스 가을을 맞는 요즘, 설상가상으로 신종플루에 계절독감과 감기까지 유행한다 하니, 바이러스에 대한 불편함과 두려움이 날로 더하다. 도대체 바이러스는 무엇일까? 식물, 동물, 그리고 곰팡이는 눈에 보이는 존재들이라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그에 반해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아, 공포스러운 전염병으로..
일, 놀이, 휴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난 하는 일은 많아도, 소위 말하는 ‘직업’은 없다. 그래서 주변사람들로부터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거나, 공개석상에서, 또는 서류상으로 직업을 소개할 일이 있을 때 잠시 머뭇거리며 곤란해 하곤 한다. 일에 대한 질문조차도 돈벌이에 대한 것이며, 그 돈벌이는 일상의 상당부분을 바치는 것이어야 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 가운데 돈벌이에 해당될 수 있는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번역가라거나 철학선생이라거나 철학교육프로그램 제작자라고 어정쩡하게 대답하고 만다. 하지만 내 속에는 다른 대답이 있다. 동네 꼬마들이 신기해하며 불러주는 ‘철학자’라든가, 좋은 일상을 고민하는 사람이란 뜻에서 나 스스로에게 붙인 ‘종합생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