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나들이(22) 도시의 새들과 공존하기 ▲ 참새 대신 도시의 텃새가 되어가고 있는 직박구리. © encyber.com 일요일 오전, 잔뜩 게을러진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도서관에 반납해야 할 책이 2권인데, 하루가 연체되어 이틀 동안 책을 빌릴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무더위를 핑계로 더는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도서관 안은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어 서늘하다. 에어컨 없이 지낼 뿐만 아니라 평소 선풍기, 부채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내겐 다른 계절로 뛰어든 듯하다. 대출정지로 책을 빌릴 수도 없는 형편이니, 시원한 곳에서 책이나 읽고 가자 마음먹었다. 열람실 풍경은 피서 철이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책을 고르며 서가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 이들을 바라보다 ..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21) 자연의 색과 함께 하는 일상 새벽 나절, 한차례 세찬 비바람이 훑고 지나갔다. 비 그친 뒤, 이런 날 문 밖을 나서면 어김없이 연초록빛 동그란 땡감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다. 아직 완전히 자라지 못해서 감알이 자그맣다. 이번에도 눈을 떼지 못하고 얼른 감을 주워든다. 지난 해 감을 줍지 못했던 탓일까……. 태풍을 피해 갔던 작년에는 감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한겨울에도 주홍색 감이 가지가 부러질 듯, 악착같이 대롱거렸다. 잎을 잃고 눈밭에 선 주홍빛 감나무가 얼마나 낯설었는지,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수년 전부터 여름 행사처럼 해오던 감물염색을 한 해 거를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봄부터 ‘여름이 오면 꼭 감물염색을 해야지’하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