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들이 많아도 ‘질병 서사’가 적은 이유⑦ 아픈 몸들의 낭독극을 준비하며 적지 않은 이들이 질병 경험을 숨긴 채 살아간다. 사회의 모순적 태도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난할수록 아프고,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아프다는 건강 불평등 현실에 고개를 끄덕인다. 동시에 주변에서 누군가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하면 ‘짜게 먹어서’ ‘술을 많이 마셔서’라며 개인의 생활 습관을 손쉽게 원인으로 ‘진단’한다. 질병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질병의 개인화’가 내면화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건강을 스펙으로 만들면서, 아픈 몸을 자기관리에 실패한 사람의 몸으로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아픈 몸들은 아직도 가시화되지 않았다 한국은 강도 높은 노동, 고도의 경쟁, 오염된 생태계, 불안정 고용, 차별과 혐오 속에서 너..
내 몸은 오래 외로웠다⑤ 여울을 짓는 빛들 (목우) 오래 아플 때면 몸을 만졌다. 이유랄 것은 없었다. 햇빛이 비치는 오후에, 모두가 잠든 캄캄한 밤에, 문득문득 쓸쓸한 생각이 들 때마다 몸을 만지고 나면 안정제를 복용한 것처럼 통증이 가라앉았다. 그 순간에는 내가 될 수 있는 느낌이었다. 풍경과 나, 오롯이 둘. 새소리도 길고고양이 소리도 바람 소리도 사라진 정적 속의 소통. 나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말소리도 작았고 늘 조심조심 걸었다. 삶의 한 부분이 무너져 내린다면 생의 전체가 무너져 버리는 사람, 나는 그랬다. 몸을 만진다는 것은 내 생의 일부였으나, 나는 늘 수치스러웠다. 딸딸딸.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며 비웃곤 했다. 나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무 살 무렵부터 몸 만지는 것을 그만두었다. 딸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