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이가 없도록④ 질병과 성폭력 그 자연스러운 연결고리 (혜정) 죽음은 문득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이상한 말이지만, 당시의 나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런 결론에 도달했던 것 같다. 신경정신과 약만으로는 나를 압도해버린 그 고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수면제를 들고 한강으로 향하던 길은,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부인하거나 도망치려 해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내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선을 넘어버렸다 생각했고 문득,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여름이었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화창한 날이었다. 모임에서 (혜영) 성폭력, 데이트폭력 경험..
오늘도 환우회 카페에서 ‘불안’과 ‘정보’를 나눈다③ 온라인 의료 연대기 오늘도 눈뜨자마자 카페 앱을 켠다. 자궁질환에 대해 이야기하는 카페. ‘자궁근종 때문에 병원을 가려는데 어디를 더 가야 할까요?’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댓글에 사람들이 자신이 가본 병원과 의사 선생님을 실명은 밝히지 않고 초성으로 추천하고 있다. 카페 규정상, 병원 측 검색에 걸릴까 봐 병원명을 다 공개할 수 없고 초성만 공개할 수 있다. 처음 가입했을 때는 초성만으로는 어디 병원인지 어느 의사 선생님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카페 내 각 지역 병원명을 익히고 자주 보다 보니 이제 초성만 봐도 어느 병원인지, 어느 의사 선생님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나도 내가 가본 병원과 의사 선생님에 대한 정보를 올린다. 의사 선생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