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앞에서 만나] 김미조 감독 〈갈매기〉 _신승은 글 ‘해일이 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 어떤 자가 말했다. 대의를 위해서 지금은 온 신경을 거기에 집중해야 할 때인데 페미니즘 같은 작은 조개를 줍고 있을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의’는 과연 무엇일까. 페미니즘은, 여성의 일은 결코 ‘대의’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위 발언은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래 마땅하다. 약자의 권리에서 우선순위를 나누기 시작하는 순간, 망하게 된다. 이 단순한 논리를 사회는 종종 잊는다. 한 씬 내에 서너 컷 이하로 촬영을 했다는 김미조 감독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서스펜스 대신 다소 지루할지라도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고 카메라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오복을 바라본다. 김미조 감독의 이 방식..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모인 목소리 얼마 전 동네 약국에서 조제약을 기다리다, 약사가 조금 큰 목소리로 어떤 노년 여성에게 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걸 보게 됐다. 약사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약 복용 방법을 알려주며 꼭 제 시간에 맞춰 챙겨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약사의 “아셨죠?”라는 물음에 시원치 않는 대답이 나오자, 옆에 있던 다른 노년 여성 분이 “요즘 치매가 더 심해져서 그래”라고 설명해 준다. “집에서 챙겨 주는 분 없어요?”라는 물음엔 “아들이 있는데…. 전혀 관심 없어.”라는 답이 돌아온다. 알고 보니, 약을 받으러 온 분은 또래 친구 두 명과 함께였다. 그 친구들이 약사와 대화하며 환자의 상태를 설명했다. 약사가 “매일 제 때 꼭 먹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