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현관문을 들어서는 사람들은 “와, 책이 많네요!”하며 감탄을 터트리곤 한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책장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고개를 조금만 옆으로 돌려도 책장들이 줄을 서 벽을 만들고 있다. 또, 열린 방문 사이로 책 가득한 책꽂이가 시선을 잡으니, 책이 많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늘어만 가는 책 어린 시절 난 가끔, 내 방 가득 책이 어지럽게 쌓여있고, 그 책더미 속 한가운데 쭈그리고 앉아 책을 보는 내 모습을 상상을 하곤 했다. 또 사방 벽이 책꽂이인 서재가 있는 친구 집이 무척 부러웠다. 그래서 학교도서관이나 서점의 한 구석에 박혀 책에 꽉 둘러싸인 채 그 속에서 책들을 하나하나 골라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으로 만족스럽고 좋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책이 많은 공간을 욕망했는지 ..
전시회 전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지하계단을 내려오다 보면 “(/)와 같은 표시가 있는 발판을 밟거나 통로를 지나면 벌칙이 있습니다”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아래 유리문을 지나면 금지표시의 발판이 나오고 그것을 밟으면 밝은 조명이 터진다. 순간 눈앞에 감시카메라를 인식하게 되는데, 그 아래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나보다 먼저 발판을 밟아 카메라에 찍힌 관객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규율.장치"/모니터링 팀/인터랙티브설치/2009) 군복을 입은 사람들의 손목과 발목에 긴 나무막대가 연결되어 있고, 이들은 또 다른 군복 입은 사람의 호령에 의해 행진을 하기도 하고 일률적으로 담배를 피우기도 하며 심지어 화장실에서 소변까지 함께 본다. 대한민국의 군대문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