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눈이 엄청나게 쌓인 하천변을 서둘러 나가 본 것은 순전히 눈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이후 이렇게 눈이 많이 쌓인 길을 걸어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 더욱 설레고 들뜨고 했다. 그러다 문득, 눈싸움을 하자고 졸랐던 원영이 생각이 났다. 작년 겨울, “선생님! 눈이 저렇게 많이 왔는데, 눈싸움은 하셨어요?” 원영이는 들어서자마자 내게 물었다. “눈싸움? 아니!” 그 대답에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눈싸움을 못하셨다니! 그럼, 있다가 공부 끝나고 우리 눈싸움하러 가요.” “…….” 거기에 별 대답이 없자 그녀는 재차 대답을 요구했고, 너무 심하게 조르는가 싶어 딱 잘라 안 한다고 거절했더니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눈싸움은 어렸을 때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허리를 깊이 숙..
우리가 스스로를 무엇으로 부르느냐는 우리 마음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 이름 때문에 우리는 어떤 감정을 경험하고, 그 이름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우리를 무엇으로 개념화하고 설명하느냐는 곧 우리 자신이 되고, 그래서 이름 붙이기란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규정합니다. 그 이름이 나와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내 이름이 되는 순간 나는 그것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개개인이 마주하는 세계 또한 곧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입니다. 우리의 경험을 어떻게 개념화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경험을 달리 합니다. 세상은 우리가 세상을 개념화한 방식으로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감정경험이 그렇습니다.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감각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설명하는지가 곧 우리가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