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눈으로 본 작년 12월 한국에 출간된 테사 모리스 스즈키 저 (한철호 역, 책과함께)에는 일본어판에는 없는 부제가 달려있다. “그들은 왜 북송선을 타야만 했는가”. 1959년 12월부터 시작되어 총 9만 3천 340 명에 달하는 재일조선인들이 북조선으로 ‘대량 이주’한 것을 두고, 일본에서는 ‘귀국사업’ 혹은 ‘귀환사업’이라 부르고 한국에서는 ‘북송’이라고 한다. 한국어판에 달린 부제가 재일조선인인 나에게는 ‘그들은 왜 북으로 보내졌는가’라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몇 년 전에 한국의 연구서적 번역작업 과정에서 ‘북송’이라는 말을 둘러싸고 고민했던 기억이 선히 떠올랐다. 일본에서는 당시에나 지금이나 ‘귀국’사업 혹은 ‘귀환’사업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북송’이라는 말을 그대로 北..
유기동물 없는 세상, 동물과의 진정한 공존에 대해 고민하자 나른한 오후, 친구 어머니께서 가꾸시는 텃밭을 구경하던 참이었다. 밭에는 파, 시금치, 상치, 얼갈이 배추의 연한 푸른 잎들로 가득했고, 아직 열매를 맺지 않은 방울토마토와 가지도 보였다. 그때였다. (어머니 표현에 의하면) “호랑이만한 개” 한 마리가 우리 곁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한 눈에 봐도 외래종 애완견임을 알 수 있었는데, 엉겨 붙은 털로 미루어보아 떠돌아다닌 지 여러 날이 지난 것 같았다. 한쪽 다리는 약간 절고 있었다. 잔뜩 긴장한 어머니는 나름의 재롱을 피워대는 개를 향해 “저리 가!”하며 큰 소리로 쫓기 시작하셨다. 내가 보기에, 개는 배가 고픈 것 같았다. 유기동물의 운명은 비극적 죽음 그러고 보면 부쩍 도시주변을 배회하는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