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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차액 지원제도’가 핵심 6월 1일 전국태양광사업자대회에서 태양광사업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손형진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정책은 ‘발전차액 지원제도’가 핵심이다. © 일다
6월 첫 하루, 서울 여의도 평균기온은 28도를 기록했다. 덥고 건조한 날씨에 셔츠는 땀으로 얼룩지고, 얼굴 한쪽으로 땀이 주르륵 흘렀다. 기상청에 의하면 지금부터 40년 전인 1969년 6월 1일은 21.9도를 기록했고, 1979년 같은 날에는 21.8도, 1989년은 20.5도, 그리고 1999년에는 19.8도였다. 28도를 기록한 올해 6월의 날씨는 정상이 아닌 듯하다. 더 이상 기후변화가 미래의 불확실한 예측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생존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성장하는데, 지원책은 거꾸로
정부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태양광발전 지원정책인 발전차액 지원제도는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발전에 의하여 공급한 전기의 전력거래 가격이 지식경제부 장관이 고시한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 기준가격과 전력거래와의 차액(발전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좀더 쉬운 말로 말하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된 전기를 시장가격보다 좀더 비싸게 사주는 것이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2002년부터 도입한 것으로, 독일의 FIT(Feed-In-Tariff) 제도를 참조해 만들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후발국으로 뒤늦게 뛰어든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단기간에 육성시키기 위해 선진국에서 효과를 검증 받은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FIT제도는 현재 우리나라의 발전차액지원제도와 거의 동일하다.
처음 국내에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제정되었을 당시에는, 국내실적자료 미비로 인해 독일기준 가격의 120%인 716.40원/kWh(독일은 597원/kWh)으로 고시됐다. 이러한 지원정책으로 최근까지 태양광 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녹색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현 정부안에서, 오히려 이러한 녹색정책들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지원하는 발전용량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각 에너지원 별로(태양광, 태양열, 조력, 풍력 등) 총 한계용량을 정해놓고 있는데 태양광의 경우는 500MW로 정했다.
문제는 한계용량에 대한 예측이 현 시장의 성장수준과 상황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태양광사업자들의 꾸준한 신청으로 500MW중 300MW에 대한 지원이 끝난 상황이다. 남아있는 200MW 용량에 대해 정부가 정책을 발표했는데, 그것이 바로 4월 29일 발표된 ‘신재생에너지이용 발전전력의 기준가격 지침’에 관한 정부고시다. 고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1년까지 한계용량으로 설정된 500MW용량 중 남아있는 잔여용량 200MW을 3년간 배분하여, 안정적인 국내수요기반을 확보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남은 한계용량인 200MW는 2009년에 50MW, 2010년에 70MW, 2011년에 80MW가 지원된다. 또한 지원대상을 3개월 내에 공사를 완공한 자에 한해서 지원을 하며, 접수순서(선착순)에 의해서 지원한다”(지식경제부 고시 2009-96호)
태양광업계, ‘정부정책은 현실 외면’
정부고시를 보면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태양광사업자들이 정부의 정책이 한참 어긋났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지난 한해 동안만 무려 257MW의 태양광발전용량이 신규신청 되었던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현재 태양광 발전의 핵심부품인 태양전지모듈 국내생산량이 올 5월까지 650MW, 2009년 말까지 850MW가 생산될 예정이라는 데 있다(한국태양광발전업 협동조합). 이 상황에서 2009년 한 해에 50MW 지원이라는 것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다.
정부는 500MW 한계용량의 90% 달성시점부터 6개월간 설치된 발전소에 대해선 500MW를 초과해도 전량 지원해주기로 공표한바 있다. (2008.5.14 지식경제부 고시) 한계용량 종결을 위해 지정한 기간인 “Grace Period”(유예기간. 5.14~9.30) 동안의 설치용량이 204.8MW인 것을 감안할 때, 2009년 Grace Period 기간에는 최소 300MW 이상 신규 설치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러나 2009년 이번 고시에서는 "Grace Period"가 일방적으로 삭제됐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태양광시장에 현재 정부의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발전사업자들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소규모업자들이다.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들이 3개월 내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건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접수순서(선착순)에 따른 지원도 역시 각 시도와 지방자치의 상이한 업무처리기간에 따라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2010년과 2011년 발전차액지원금이 고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에서 태양광 업계 쪽으로 대출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선착순 접수로 인해 태양광 발전에 의지가 있는 ‘진성 사업가’의 피해도 우려된다. 그나마 있었던 발전차액지원액은 지금까지 두 번이나 축소되었고, 발전차액지원제도는 2011년에 폐지될 예정이다.
이 날 현장의 분위기는 “짜증나서 못하겠다”, “사업을 위해 가족, 친척, 친지들을 모두 동원해 자금을 모았는데, 이제 어쩌란 말이냐”, “태양광 발전사업하기 너무 어렵고 지친다” 등으로 모아졌다. 정부가 앞에서 녹색을 외치지만 사실은 ‘말 뿐’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말로만 녹색성장? 실제로는 원자력, 화력에 투자
과연 정부의 녹색성장에는 무엇이 최선두에 있는가.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육성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자금이 없어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정부는 기실은 원자력과 화력발전소 건설에 에너지 정책의 최선두에 두고 있다.
정부는 ‘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08년부터 2022년까지의 향후 15년간의 전력.에너지 수급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국내 총 전력 소비량이 매년 2.1% 증가하여 2022년에는 5천1억kWh(2008년에는 3,686kWh)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맞춰 발전설비에 올해부터 총 37조원을 투자(신재생. 집단에너지 제외)하기로 했는데, 정부가 말한 발전원은 원자력 12기, 석탄 7기, LNG 11기 등이다. 앞에서는 신성장동력으로 녹색산업육성을 이야기하면서, 뒤에서는 원자력과 화력을 중심으로 한 거대 에너지원 수급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의 추세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마저 삭감되거나 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지식경제부가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편성한 예산은 모두 6천790억 원으로 지난해(7천 470억 원)보다 10%가량 줄어들었다. 태양광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바이오에너지와 폐기물로, 이들의 예산은 올해 1천740억 원으로 작년의 절반가량으로 삭감됐다.
정부의 꾸준한 녹색성장 발언으로 인해 온 나라에 녹색성장 구호들로 가득하다. 지자체에서 내건 슬로건 중에 ‘녹색’이라는 말이 들어있지 않는 것을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2009년 한국의 상황은 말 뿐인 ‘녹색 구호’로만 가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4대강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 토목공사를 강행하고, 그린벨트 해제, 에너지 낭비적인 초고층건물 대폭허용, 자연공원법 개정 시도, 국립공원개발 움직임, 발전차액지원제도 폐지, 일방적인 에너지 수급정책 등을 주도하고 있는 현 정부가 과연 녹색의 이름을 전면으로 내세울 수 있을까? 정부의 말대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려면, 불안해진 산업계와 국민들을 우선 안심시키고 관련된 정부정책부터 다시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손형진/녹색연합 활동가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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