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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들의 꿈이 담긴 ‘우리텃밭 제철꾸러미’ 사업 
 

부여군 여성농민회 텃밭가꾸기 ©"행복을 담는 장바구니"

“누구의 입에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채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안 행복한 일이에요. 여성농민들이 농업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생산자로서 자긍심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얼굴이 있는 생산자가 되어, 얼굴이 있는 소비자와 만나고 싶어요.” (선애진/강원도 홍천군)
 
강원도 횡성지역을 중심으로, 여성농민들이 “재미있는 농사”를 시도하고 있다.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도시의 소비자들과 직접 관계를 맺어, 가까운 친구처럼 이웃처럼 “생산과 소비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월10만원 주1회, 제철 유기농산물 꾸러미 공급해

 
“얼굴 있는 생산자가 되고 싶다”는 여성농민들의 희망은 올해 4월 22일, 사회적 일자리로 시작하게 된 먹거리사업단 ‘우리텃밭’의 제철 꾸러미사업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제철 꾸러미사업이란, 농민들이 두세 농가가 한 조를 이루어 텃밭을 가꾸며 다양한 유기농산물과 그 가공품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회원이 되어 매월 십만 원씩 내고서 주 1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받는 것이다.

두부와 유정란을 기본품목으로 하여 다양한 잡곡과 반찬, 과일, 절임식품, 나물, 장류 등을 공급하는데, 지난 주에 전라도 지역 소비자에게 전달된 꾸러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꾸러미에 담길 유기농산물 ©"행복을 담는 장바구니"

“자주감자, 꽈리고추, 아삭이 고추, 청양고추, 미숫가루, 찹쌀, 현미, 동글이 호박, 콩튀밥, 마늘장아찌, 깍두기, 지평선 두부, 유정란.”
 
꾸러미사업을 시작했을 때 첫 꾸러미를 받은 소비자는 21가구였지만, 그 수가 꾸준히 늘어 두 달여 만에 강원도뿐 아니라 경상도, 전라도에도 꾸러미 생산조직이 생겼다. 각 지역마다 30가구 이상에게 꾸러미를 보내는 지역먹거리 체계가 틀을 갖추어가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 받으며, 농촌이웃을 둔 소비자들
 
우리텃밭 활동가인 김애경(45)씨는 “처음엔 이걸로 뭐가 되겠냐, 텃밭으로 돈은 안 된다 하셨지만, 예전처럼 집 근처에 작은 텃밭을 가꾸어 내가 먹고 주위사람들과 나누던 그 의미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참여하셨다”고 설명했다.
 
김애경씨는 “물론, 텃밭을 가꿔서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 달간 시도해보면서 농민들이 ‘아,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하고 감을 잡아가고 있고, 안정적으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조직되면 최소한 생활비를 벌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소비자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 농부들에겐 큰 힘이 된다. 꾸러미를 보낼 때 편지를 써서 마음을 담아 전달하고, 이주의 농사현황에 대해 설명하기도 한다.
 
얼굴이 있는 생산자들에게서 꾸러미를 받고 있는 도시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행복을 담는 장바구니” 다음(Daum)까페에는, 꾸러미를 받은 소감과 즐거운 식탁이야기가 올라오고 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산나물이나 평소 먹을 일이 없었던 각종 채소류를 상위에 올리며, 소비자들은 각자 알고 있는 다양한 레시피를 공유하기도 한다.
 
또, 생산자 회원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마을로 찾아가 인사 나누고 ‘안전한 우리 먹거리’에 관한 교육도 받고, 토종옥수수 따기 체험을 하는 등 교류의 장도 열리고 있다. 8월 22일 토요일에는 당일코스로, 강원도 횡성텃밭 생산자들과 서울 소비자들이 만날 예정이다.
 
농사에 대한 결정권을 여성농민이 갖도록

고성 토종재종포 취나무밭 ©"행복을 담는 장바구니" 카페

먹거리사업단 ‘우리 텃밭’은 생산자를 조직하는 전국여성농민회와, 소비자를 조직하는 전국여성연대, 농산물 가공을 담당하는 영농조합법인 텃밭, 이상 세 조직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할 권리를 보장받고, 농민들이 안정된 농사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역먹거리 체계를 구축하면서, 나아가 ‘여성들의 주축이 돼 한국의 농업문화를 바꾸겠다’는 커다란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전국여성농민회는 “농사에 대한 결정권을 여성농민이 갖고 있지 못하고, 토지에 대한 소유권도 없는 현실”에서, ‘나의 텃밭을 확보하고, 토종씨앗을 심고, 꾸러미를 만드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성농민들이 농사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종자에 대해서도 씨 뿌리는 사람으로서의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텃밭생산물에 대해서도 “여성농민의 이름으로 출하하고 여성농민의 이름으로 된 계좌에 입금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우리텃밭 여성농민들은 농사가 단작화되고, 종자주권도 기업에 빼앗겨버린 신자유주의적인 농업파괴 현실 속에서 “여성농민들이 새로운 농업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내 주위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보자”고 참여를 권하고 있다. 조이여울 기자/ 일다 www.ildaro.com  <행복을 담는 장바구니>까페 cafe.daum.net/jangbag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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