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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논리에 갇힌 '녹색성장', 노동시장의 변화 준비해야 
 
“녹색성장으로 인해 고용이 증가할 때, 우리는 투자액에 따른 고용증가 규모를 신규 일자리의 증가로 오해하는 성향이 있다.” (김승택/한국노동연구원 인적자본연구본부장)

이명박 정부는 극심한 실업난과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일자리창출 및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녹색뉴딜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과연 녹색경제에 투자하면 그만큼 녹색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일까? 또 과연 녹색성장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노동시장에 어떤 변화를 예고하는 것인가.


투자한 만큼 신규일자리 창출되는 것 아니다
 

"녹색성장과 녹색일자리 전환전략의 모색" 토론회에서, 고용문제가 논의됐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추) 제공

녹색성장과 ‘노동시장’의 문제를 고민해보는 자리가 지난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함께일하는재단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추), 조승수 의원이 함께 개최한 “녹색성장과 녹색일자리 전환전략의 모색” 토론회에서, 특히 정부의 녹색일자리 정책이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인적자본연구본부장은 정부가 녹색일자리 부문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해도, “이중 많은 부분은 이미 기존의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던 근로자들에 의해 대체되기 때문에 총고용 효과만큼의 순일자리 창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대체재 관계에 있는 에너지 집약산업 부문에서는 생산축소에 따른 고용감소가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투자한 만큼 신규일자리가 생기는 게 아니라, 기존의 일자리가 다른 일자리로 대체되거나 어떤 분야에서는 오히려 실업사태가 예고된다는 지적이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전망은 재정투자에 비례하여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단순한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녹색재정개혁 등 “괜찮은 일자리”의 청사진 필요
 
새로 생기는 녹색일자리가 “괜찮지 않은 일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녹색뉴딜에 의해 4년간 50조 원을 투자해 96만개 녹색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으나, 대부분 건설분야 단순노무직”이라며 “재정투자가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는 일회용 일자리”라고 우려했다. 한재각 연구원은 “이 계획을 수립하는데 노동부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부터 예상되는 문제점”이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녹색일자리가 “온실가스 감축에 어떻게 기여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목표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서, 진정한 의미의 녹색인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승택 본부장도 “비정규 부문 위주의 저임금, 낮은 고용안전성, 높은 산업재해 위험 등에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녹색일자리가 오히려 유해한 작업장 환경과 저임금을 제공하는 격차의 확대로 나타나지 않도록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두 연구자 모두 녹색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에너지 정책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경에 해를 미치는 상품에 대해 세율을 올리고, 탄소절감 등 공해를 감소시키는 경우 노동관련 세금을 감면해주는 녹색재정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사정이 협력해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모색해야
 
한재각 연구원은 무엇보다 큰 문제로 “녹색경제가 창출되면서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산업의 노동자들이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호주, 덴마크 등의 선례를 통해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펀드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는 “정부와 기업, 노동조합 그리고 환경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 전체가 공동의 비전을 형성하고 장기적으로 협력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상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노동운동 진영이 기후변화 및 녹색경제로의 전환에 대해 인식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녹색’과 ‘환경’에 대해 “진보라는 기치에 입각한 당위적 접근에 불과하고, 고용 패러다임으로 관점을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상훈 국장은 녹색 일자리 창출에 대해, 무엇보다 “노동자 보호 관점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노동조합 역시 녹색경제로의 전환이 ‘고용의 문제’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조합원 교육과 대중적 지지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여한 김동욱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녹색일자리에 대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탄소세 도입 등의 규제에 대해서는 “기간산업의 조세부담을 가중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조이여울 기자/ 일다 www.ildaro.com

[관련 기사] 녹색일자리로 전환한 독일 노조의 사례 | ‘환경보호 vs 일자리 보호’ 대립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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