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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위원회 ‘온실가스 감축계획’ 실망스러워 
  
4일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국가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 설정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보면 국제사회가 기대하고 있는 한국의 책임을 무참히 저버린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국제사회 기대 저버린 MB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올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해이다. 12월에 열리는 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 15)에서, 포스트(post)-2012 기후변화협약체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6월 독일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회의(bonn climate change 2009)에서, NGO활동가들이 선진국들에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 출처-IISD(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국제연구소) www.iisd.ca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를 비롯한 과학자그룹은 ‘기후변화’를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과제로 규정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환경.경제.사회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에 따라 각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그 노력의 결과물이 올해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된다.

 
IPCC는 전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산업화 이전에 비해 기온상승을 2℃ 이하로 억제하고, 대기 중 CO2 농도를 450ppm으로 제어하지 않으면, 향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1990년 대비 2012년까지 평균 5.2%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규정한 ‘교토의정서’는, 그 목표를 달성하고 기후변화를 막기에는 터무니없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나마도 효력의 만료시한이 2012년이어서, 교토의정서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누가 얼마나 감축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 체결 당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아직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 누적배출량 세계 22위, 온실가스 배출증가율 OECD국가 1위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온실가스 다배출국가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post-2012 체제에서는 온실가스 의무감축 국가로 분류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게다가 한국은 GDP 규모 세계 15위 국가로, 경제적 책무도 매우 높다. 경제규모에 비해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규모가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GDP규모 15위, 아직도 개발도상국 지위 요구하나
 
정부는 기후변화협약 협상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수 차례 공언해왔다. 하지만 4일 발표한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개발도상국에 요구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기준전망안(BAU) 대비 각각 21%, 27%, 30%를 감축하는 시나리오 중 1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는 2005년 대비 각각 8% 증가, 동결, 4% 감축하는 것에 해당한다.
 
정부는 스스로 “획기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책임을 회피하는 수준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기준년도를 두고 정해진 양을 감축하고 있고, 경제성장에 따른 기준전망안(BAU)에 대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법은 ‘개발도상국’에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우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사실상 한국이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전 세계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누가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역사적, 현실적 책무 면에서 개발도상국이라고 자임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아직 경제성장이 더 필요한 국가이고, 선진국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미 의무감축을 하고 있는 국가가 38개국에 달하고, 그 중 상당수는 우리보다 GDP 규모가 적거나 1인당 소득 역시 적은 국가도 많다.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마련되었다는 정책들도 부실하다. 대부분 기존에 이미 발표되었거나 실행되고 있는 사업들이어서, 추가 대책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높이는 방안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또 재정과 사회적인 대책을 마련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보다는, 기술발전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성격이 강해, 그 실효성마저 의심스럽다.
 
온실가스 감축, 공동의 책임을 거부한다면…
 
정부가 너무 일방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공론화하고 있는 과정 또한 우려가 괸다. 정부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면서, 앞으로 의견을 제시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부의 의도대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12월에 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의 협상카드로 쓰려면, 다음달로 예정되어 있는 UN 기후변화 정상회의나 기후변화협약 부속기구 회의 이전에 최종안이 발표되어야 한다. 즉, 사회적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시간은 1개월 남짓에 불과하고, 이미 정부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에 그 테두리 안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사회의 각 영역에서 심각하게 영향을 받게 될 일에 대해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정부 발표안에 의하면, 국내 온실가스의 60%를 배출하고 있는 산업부문은 거의 면죄부를 받은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할 대책들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다. 당연히 그 부담은 온전히 일반 시민들에게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다. 모두가 합심해서 감축해야 할 목표점이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공동의 책임을 거부한다면, 다른 누군가는 그만큼의 책임을 부담으로 떠안아야 한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EU를 비롯한 선진국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도,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국제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감축목표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결국 그 피해가 제3세계 국가들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큰 만큼, 국제사회에서 조금 더 책임의식을 가지고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문제는 이미 우리가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일다 / 필자
이진우씨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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