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춘신의 생활문학’ (4)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위자료는 누가 받을 수 있지] 현관에 놓인 남자의 구두 먼지를 털다가 구두약이 신발장 어디에 있는지 잊었어. 조기비닐을 말끔하게 긁어내고 지느러미가시를 다듬다가 가시에 엄지손가락을 찔렸어. 행주 삶는 양푼 위로 보글거리는 비누 거품이 부르르 흘러 넘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었어. 콩나물도 덤을 주는 아주머니를 찾아 재래시장엘 가는 길이 재미없어졌어. 고등어가 싱싱하지 않다면서 아가미까지 들..
집 근처 겨울 산에서 매서운 겨울추위가 한풀 꺽인 요즘, 다시 집주변 산을 오르내리고 있다. 눈 내린 다음날엔 나무도 길도 산도 온통 은빛으로 반짝였는데, 며칠 지나 들러보니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남쪽 사면에 자리 잡은 삼림욕장에는 오후의 따뜻한 햇살로 벌써 봄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입구 쪽 나무들은 이고 있던 눈을 털어내고 한결 몸이 가벼워 보인다. 길 위를 두텁게 덮고 있던 눈도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시작부터 미끌어질까 신경을 곤두세우며 걷지 않아도 되니 몸도 마음도 부담 없다.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간다. 부산스런 사람들, 말 없는 나무들 약수터에 물 길러 온 사람들, 함께 놀러 온 가족들, 무거운 배낭을 지고 가는 등산객들,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 산책나온 노인들, 산의 초입부는 사람들로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