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21) 재석이를 오랜만에 만났다. 지난 번 잠시 볼 때, “8월에 다시 보자” 하고 헤어진 것이 훌쩍 2년이 지났다. 이번에는 꼭 보자며 몇 주 전부터 날을 잡고서야, 겨우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대학 동창인 재석이와는 같은 문학 동아리 회원이었고, 졸업 후에는 다른 몇몇 친구들과 동호회를 만들어 글 쓰는 걸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쓰기도 했었다. 지금은 모두 생활에 쫓겨 문학은 청년시절의 꿈으로 물러나 있지만, 나는 오랜만에 만나는 그를 위해 시집을 두 권 챙겨서 나갔다. “시를 쓰고 싶어 했잖아! 이 책들이 다시 네게 시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내민 시집들을 재석이는 정말 즐겁게 받아들었다. 우리는 명동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차도 마셨다. “여기서..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51) 인류에게 과연 미래가 있을까? 올여름은 유별났다. 햇빛이 필요한 시기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니, 때 아닌 불볕더위가 덮쳤다. 광복절이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그동안의 경험이 무색했다. 기후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 동안, 내 몸은 변덕스러운 일기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8월말의 예기치 못한 더위로 나는 온몸에 시뻘건 두드러기가 돋는,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열 알레르기에 시달려야 했다. 그나마 새벽, 한밤중의 기온이 떨어져서 알레르기의 고통을 떨쳐낼 수 있었지만, 아직도 한낮 더위가 기세등등해서 외출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도서관도 문 닫기 직전, 한밤중에만 잠깐 들를 뿐, 될수록 집에 있는 책을 골라 읽는다. 아니, 날씨를 핑계로 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