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량의 제주 이야기(6) 오름과 오름 사잇길 걷기 [관광개발로 파괴되는 제주의 환경훼손을 막고 대안적 여행문화를 제시하는 생태문화여행 기획가 고제량님이 쓰는 제주 이야기. ‘관광지’가 아닌 삶과 문화와 역사를 가진 제주의 참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제주도의 다섯 개 밭 ▲ 제주도의 ‘오름’은 촐밭과 새밭이 되었던 곳으로, 오름 사잇길에는 제주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지금도 서성인다. © 고제량 제주도는 밭이 있어야 살았다. 그 밭은 땅에도 있지만 바다에도 있다. 숙전, 촐밭, 새밭은 땅에 있는 밭이고 메역밭, 할망밭, 선생밭은 바당밭이다. 그리고 땅의 밭과 바당밭만 있다고 살아지는 건 또 아니었다. 소금밭도 있어야 했다. 그러고 보면 숙전, 촐밭, 새밭, 바당밭,..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다섯째 이야기 ① 어젯밤 눈송이처럼 소리도 없이 빗방울 몇 개가 떨어지는가 싶더니, 오늘은 소매 긴 옷을 겹쳐 입어야 할 만큼 기온이 떨어져 있다. 잔뜩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 가을 아침. 몸을 움직여 뭔가를 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나는 뒷집 아주머니가 주신 쪽파 구근을 일찍 심기로 하고 밖으로 나간다. 대문을 열자 물기 가득한 흙냄새가 밀려온다. 이런 냄새를 뭐라고 해야 하는 건지.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냄새라 하면 말이 되려나 모르겠다. 빈자리가 커 보이는 아침 바람 스산해지고 사물 사이 여백이 많아지는 가을엔,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다. ©자야 쪽파 심을 곳을 정하기 위해 텃밭을 휘휘 둘러보니 어느새 듬성해진 자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규모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