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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 ‘청주여자교도소 사망사건’ 손배소

지난 3월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50대 여성이 폐색전증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교도소 내 의료와 건강관리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아가 국가와 의료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 ‘교도소 내 수감자에 대한 처우’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망한 여성재소자 지OO씨는 남편의 살해 위협을 피하는 과정에서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경우라서, 유가족과 여성운동 단체들로부터 ‘정당방위’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정폭력 예방운동을 해오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는 ‘구속수감중인 가정폭력 피해자의 심리적, 신체적 후유증에 대해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며 국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페니토인 중독으로 죽어가는 환자에게 ‘꾀병’ 진단
 

일다 -천정연 그림

진상조사위원회가 8일 밝힌 바에 따르면, 지OO씨는 어릴 적부터 간질을 앓아 항경련제인 페니토인을 복용했다. 그런데 이 약은 과량 복용하거나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서 언어장애, 기면, 의식이 희미해지거나 보행이 어려워지는 등 ‘중독증상’이 나타난다.

 
지씨의 경우 이미 걷지 못하고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졌지만, 교도소 측에선 별도의 진찰 없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반복적으로 약물만 투약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부검 결과 밝혀진 사망 원인은 폐색전증. 하지정맥부터 혈전이 생겨 폐동맥이 막히면서 폐색전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는 지OO씨가 “교도소로 수용된 후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운동도 거의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치”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형법과 공무원 규정은 교도소 수용자가 일정 시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게 하고 있다. 또 위독한 재소자들은 다른 교정 시설로 이송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돼있다. 즉, 관련 규정들은 갖추고 있으나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한편, 약물중독 증상을 보이는 지OO씨에 대해 최OO 신경정신과는 “꾀병”으로 오진하였으며, 지씨가 사망하기 일주일 전 OO병원은 페니토인 중독 사실을 알고 검사를 실시했지만, 그 결과를 재소자나 교도소 측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조사결과) 의료적인 처우를 잘못한 점들도 물론 발견되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수감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국가와 의료진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의 의의를 강조했다.
 
살인범이 되어 구속, 방치된 가정폭력 피해자들
 
그런데 진상조사위가 보고한 결과에 따르면, 재소자가 약물중독뿐 아니라 “남편을 살해했다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하여 기력이 쇠약해졌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월 10일 오전, 단양에 사는 지OO씨는 평소 의처증 증상을 보이던 남편이 죽이겠다며 헛간에 낫을 가지러 간 사이, 부엌에서 방망이를 가지고 나와 남편을 살해했다.
 
생전의 지씨를 면회한 천안여성의전화 노은숙씨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의 의뢰로 충북대 김영희 교수팀이 2005년 청주여자교도소 수형자 531명 중에서 조사에 응한 436명을 면접한 결과, 57.1%에 달하는 249명이 “남편 혹은 애인에 대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다수인 82.9%는 남성으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또 남편을 살해한 경우인 133명은 대부분 남편의 의처증에 시달려왔다고 답했으며, 66.6%는 “매월 1회 이상 폭행 당했다”고 답했다. 그 중엔 남편이 옷을 벗기고 몸에 소변을 보는 등 성적인 가혹행위를 하거나, 딸이나 여동생을 성폭행한 경우도 있었다.
 
여성운동 단체들은 가정폭력에 오랫동안 시달려온 사람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배우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정신적인 여파에 대해 재판부가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OO씨가 충주 구치소에서 청주여자교도소로 이송된 이유도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국민배심원 재판을 신청했기 때문이라고, 천안여성의전화 측은 밝혔다.
 
노은숙씨는 “지역에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탄원서를 넣는 등 재판지원 활동을 하려고 계획 중이었는데, 이렇게 돌아가시게 되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유가족과 특히 고인의 딸이 겪을 충격이 얼마나 클지도 걱정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여성의전화는 12일 <35년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여성 재소자의 인권은 어디에>라는 제목의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재소자의 생명권을 소홀히” 한 교도소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여성재소자 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구속수감중인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의 심리적, 신체적 질병”을 관리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라고 국가에 요구했다. (조이여울 기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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