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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멕시코만 사태는 막을 수 있을까 
 
<지난 4월 20일 멕시코만의 해상석유시추시설이 폭발하면서 해저에서 엄청난 규모의 원유유출이 석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사고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양석유시추의 위험성에 대해 국제환경운동단체들은 꾸준히 경고해 왔습니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연안 해역 석유시추를 확대 허용한 美오바마 정부는 이번 멕시코만 사태로 인해 심각한 여론의 비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이 가져온 파괴적 결과인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건은, 당장 생태·환경에 미칠 영향을 포함해 우리에게도 여러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또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도 이 원유유출사건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다>에서는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건 깊이 읽기를 통해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과 배경, 현재의 상황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과제에 대해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필자 이태화씨는 미국 델라웨어 대학교 에너지 환경정책 센터에서 환경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에쿠아도르의 아마존 열대림에서 미국 석유기업인 Texaco가 수십 년간 고의적으로 기름유출을 해온 사건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3개월째 속수무책인 멕시코 만 원유유출 사태

▲루이지애나의 해안까지 흘러들어온 원유 © Daniel Beltrá / Greenpeace 
 
2010년 4월 20일 영국 비피(BP: British Petroleum)의 해상 석유시추 시설 딥워터호라이즌(Deepwater Horizon)이 폭발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기술자 11명이 죽고 17명이 다쳤고 엄청난 규모의 원유가 유출되어 나오고 있다.
 
이번 원유 유출로 현재 새어나오는 기름 양의 추정치는 애초 BP가 예상한 하루 1,000배럴을 훨씬 뛰어넘는 6만 배럴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1989년 유조선 엑손발데즈(Exxon Valdez)호의 원유 25만7,000배럴이 미국 알라스카 해안에 유출됐던 사건보다도 엄청나게 큰 양이다.(매 4일마다 액손발데즈 호의 원유유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7월 현재 미시시피, 알리바마, 플로리다주까지 원유유출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유가 번지고 있는 미시시피 삼각주와 루이지애나주 해안 등은 많은 야생생태보호구역이 있는 해양자원의 보고여서, 생태계의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연안 지역 주민들 상당수가 어업과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어, 이번 사고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만만하지가 않다. 원유유출로 인한 피해를 모두 없애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년에서 길게는 몇십 년이 걸릴 것이라 예측된다.
 
원유유출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제안되고 실행되었다. 미 해군 함대가 멕시코 만에 투입돼 오일펜스(기름막이) 설치를 거들고 나섰으며, 해안 경비대는 흡착제를 뿌리고 기름을 해상에서 태우는 방법까지 동원하였다.
 
이번 사고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BP는 로봇 잠수정 이용해 유정 밸브 잠그기, 3만 배럴의 진흙을 해저 1600미터에 있는 원유가 흘러나오는 구멍에 들이붓는 ‘톱 킬(top kill)’ 방식 등을 시도해 원유유출을 중단하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BP는 사고 유정 옆에 또 다른 유정을 뚫어 기름 유출 속도를 막은 뒤 유출 자체를 막는 방법을 시도하려 하고 있지만 그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7월 9일 현재, BP는 세계 최대의 기름제거선인 ‘고래호’를 투입해 원유제거에 나서고 있다.
 
한편, BP는 이번 원유유출사고로 인해 천문학적 규모의 배상금을 지불하게 되었다. 6월 28일 현재 BP는 이미 원유유출로 인한 피해보상 및 사고수습처리에 약 2.65억 달러(약 3,173억 원)를 썼다. 또한 기름띠 확산 방지로만 하루에 평균 600만 달러(약 72억 원)를 쓰고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을 포함한 미국 정부당국은  BP에 주민 배상금과 원유 오염 제거비용 200억 달러(약 24조 5000억 원) 예치를 요구했으며 미국 환경법에 따른 벌금 140억 달러도 물어야 한다.
 
환경대재앙 발생 이유: 최악의 시나리오 고려되지 않아  
 

▲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를 일으킨 브리티쉬 페트롤리엄(BP, British Petroleum)의 CEO, 토니 헤이워드  © Mannie Garcia / Greenpeace  
 

우리의 인식범위를 넘어서는 이러한 엄청난 환경재앙이 왜 발생했는지 원인을 알아보는 것은 또 다른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시점에서 반드시 해야 할 작업이다.
 
먼저 BP 원유유출사고와 관련하여 첫 번째로 발견되는 것은 생태적 대재앙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석유회사와 미국 관련당국이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거나 무시한 문제이다. 이런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BP도 미국 정부당국도 모두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원유 유출 사고가 나기 불과 6주전에 오바마 대통령은 연안 석유 시추를 확대해서 허용하는 것을 발표하였다. 지난 30년간 멕시코만 이외에는 연안 해역 시추를 금지했으나 2008년 법률의 효력이 만료되었고, 오바마 행정부는 델라웨어 북부부터 플로리다 중부 해안에 이르는 1억 6,700만 에이커(한반도 약 3배)의 광활한 해양지역에 신규 연안 석유시추를 확대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한때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던 연안석유 시추(심해 석유시추 포함)를 오바마 대통령이 허용한데에는 연안석유 시추가 기술의 발달로 인해 매우 안전하다고 여겨지며 설사 사고가 난다 하더라도 생태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석유시추 시설의 “폭파 방지기(blowout preventer)”는 유정의 가장 윗부분에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써 이상이 생길 경우, 자동적으로 원유가 흘러나오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이다. 딥워터호라이즌의 경우 이 장치의 작동이 실패했다. UC 버클리(Berkeley) 대학의 공학자인 로버트 비(Robert Bea) 교수의 보고서에 의하면, 연안 원유 시추 개발과정에서 일어난 사고 중 600건의 설비장치실패를 분석한 결과 ‘80퍼센트가 개인이나 조직의 실패로 일어난 것’이고 ‘50퍼센트는 설비의 공학적인 디자인의 문제’였다고 한다.
 
육지에서의 화석연료(특히 석유)가 거의 고갈되어감에 따라, 연안석유시추 특히 심해에서의 석유채굴이 더욱 각광을 받아왔다. 하지만, 심해와 같은 지역은 우리 인간들이 경험을 많이 쌓은 곳이 아니다.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만약에 무엇인가가 잘못되는 경우에는(과학적 예상치를 벗어나는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바로 이 점이 연안석유시추 허가와 관련해서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석유시추 허가기관(MMS)이 규제, 감시까지 맡는다?  

▲ 루이지애나의 해변에서 발견된 원유를 뒤집어 쓴 펠리컨들.   © Jose Luis Magana / Greenpeace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 연안에서 발생한 원유유출사고 이후 제정된 환경법은 연방정부 기관들이 연안석유시추를 포함해서 해양에서 대규모 개발 사업을 할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BP는 연안 석유시추에 관한 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 광물관리국(Minerals Management Service)에 연안석유시추는 거의 위해가 없다고 확신시키며 환경영향평가를 면제받았고 연안석유시추를 허가 받았다.
 
또한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법에 의하면 석유 시추권을 허가하기 전에 반드시 MMS는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Fish and Wildlife Service)에 그 석유개발 사업이 멸종위기종에 잠재적인 위협이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비록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이 허가 건을 멈추게 할 수 는 없지만, 평가에 변화를 줄 것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자신들이 독자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은 심해석유시추로 중요한 생태계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원유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한 MMS의 의견에 동의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원유유출이 있기 전에,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은 원래는 독자적인 평가를 하기로 결정했으나, 어쩐 일인지 루이지애나 사무소는 MMS의 평가서에 동의한다는 비공식적인 편지 한 장만을 쓰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하나의 문제는 MMS가 석유 시추권을 허가하는 기관임과 동시에 모든 활동을 규제하고 감시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독립적인 기관이 아니라 이 두개의 기능이 하나의 기관으로 묶여져 있는 것이다. MMS는 그동안 심해석유시추나 다른 연안원유시추를 하려는 에너지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아 섹스스캔들, 파티스캔들 그리고 뇌물스캔들로 그 명성이 얼룩져왔다. 바로 이 기관이 지금 현재 일어난 사고를 조사하는 것이다.
 
이 기관은 그동안 “폭파방지기(blowout preventer)”의 오동작의 많은 경우를 심사하면서, 에너지회사들에 백업시스템을 만들도록 “강제”가 아닌, 법적 효력이 미미한 “권유”를 해왔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환경재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부인한 석유회사 BP와 미 행정당국의 관리감독의 부재, 부패 그리고 안이함이 빚어낸 참극이다.
 
루이지애나 연방법원, 석유회사 편 들어줘 
 

▲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로  매일 6만 배럴의 원유가 석달 가까이 쏟아지고 있다. © Daniel Beltrá / Greenpeace 

 
두 번째,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연안 석유 시추의 확대 허용에 관한 문제점을 생각해 봐야한다. 사고가 나기 전 4월 2일 오바마 대통령은 연안석유 시추의 일부를 허용하며 이렇게 발표하였다: “이것은 내가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다. 우리가 필요한 에너지 공급을 생각해 볼 때, 즉 우리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리고 우리의 산업이 경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비록 재생에너지를 개발한다하더라도 전통적인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것이 여전히 필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후보로 나서던 2008년 당시에는 연안석유시추에 대해 반대하는 캠페인을 했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2005년 수준으로 탄소배출을 2020년까지 17% 그리고 2050년까지 80%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기후법(Climate Bill)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입장을 선회했다. 즉 기후법이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경제를 파멸시킨다고 주장하는 공화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연안석유시추를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정책을 집중하는 것 대신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인 전통적인 화석연료 특히 석유의 사용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현재 오바마 대통령은 많은 환경주의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사고 후 오바마 행정부는 6개월 동안 연안원유시추(심해시추포함)의 잠정적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곧 석유회사들의 법정공방으로 루이지애나 연방법원에서 중단무효라는 판결을 받게 되었다. 판사는 다음과 같은 판결의 논리를 폈다: “만약 일부 설비가 작동되는 것이 실패했다고 해서, 모든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실패한다고 말하는 것이 이성적인가? 비행기 한대가 추락했다고, 모든 비행기가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가? 모든 유조선이 모두 엑손발데즈 같은가?”
 
물론 이 판사의 말대로 모두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인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현재 미국 최대의 환경재앙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번 사고가 또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 판사의 판결도 역시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지 않은 판결이다. 7월 7일 현재, 오바마 행정부는 연안원유시추의 잠정적 중단이 또 다른 유출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규제를 마련하기 전 필요한 행위였다고 주장하며 상고한 상태이다.
 
(*다음 회 기사에는 "화석연료개발로 인한 이익과 피해의 ‘불평등’"에 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일다의 핫이슈 기사보기] 의료계 낙태 논쟁 “12주 내 임신중절 허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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