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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 “여성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 
 
지난 달 21일 한국여성민우회로 다급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낙태죄'로 남자친구에게 고소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도움을 요청한 여성은 임신을 한 상태에서 결혼을 준비하던 중 파혼하게 되었고, 인공임신중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 사실을 알게 된 상대 남자와 그 가족들은 이 여성을 ‘낙태죄’로, 여성의 어머니는 ‘낙태교사죄’로 형사 고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경찰 조사 중에 있으며 기소 여부는 2개월 후 결정될 예정이다.
 
이 상담이 접수되기 하루 전인 20일에는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해줄 병원을 문의하는 여성에게 한 남성이 ‘자신이 의사이며 시술을 해주겠다’고 유인한 후 흉기로 협박해 성폭행하고 가족들에게 금품을 요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지난 2월 몇몇의 산부인과 의사로 조직된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근절”을 이유로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한 병원 4곳을 고발조치하면서부터 형성된 ‘낙태고발정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시술기관 신고 등 ‘낙태고발정국’에 부채질하는 복지부
  
▲ <처벌위주 낙태 정책의 여성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한국여성민우회  ©민우회 제공사진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고발이 시작된 이후 관련된 상담을 접수하기 시작한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러한 사례들을 근거로, 6월 24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한 보건복지부의 정책이 “낙태를 개개인의 도덕으로 제지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있어 “여성인권을 유린”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민우회는 보건복지부가 2월 발표한 ‘불법 인공임신중절예방 종합계획’에 대해 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판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정책은 ‣임신중절 예방을 위해 생명 존중의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불법 인공임신중절 시술기관을 신고하는 체계를 마련하며 ‣실천 가능한 피임방법을 보급하는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민우회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정책이 “임신중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나 불가피한 임신으로 발생되는 최소한의 조건에 대한 검토 없이, 무조건적인 처벌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희영 활동가는 “지난 2월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고발이후 낙태시술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면서 2월과 3월 병원을 찾는 다급한 전화들이 많이 걸려왔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최고 400만원이 넘게 시술 비용이 치솟고, 여성들은 중국 등 해외나 지방의 소도시의 작은 산부인과까지도 찾고 있었다” 며,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여성들이 더욱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의 정책은 “(여성들이) 당면한 현실적 조건에 대한 개선 의지”가 없어, “여성의 안전과 생존권을 침해”하는 현 상황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 민우회가 진정을 제기하게 된 주요 이유다.
 
국제인권협약에선 ‘낙태죄 폐지’ 권고하고 있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소장에서 민우회는 “단순히 낙태를 하는 것 여부를 떠나 자신의 낙태 경험이 드러날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고통, 자신의 결정에 대한 죄책감, 낙태 시술에 대한 두려움 등을 호소하는 여성들은 낙태시술 자체도 힘든데 병원을 찾고 시술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기술했다.
 
또한 이런 상황 속에서 “국가의 형벌권만 강화하여 낙태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행보는 무면허 시술자에 의한 위험한 낙태시술만 증가시키고 낙태 시술비만 상승시켜, 결국 여성의 몸 권리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는 앞선 사례들에서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형법 상 ‘낙태죄’ 조항이 있지만,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랫동안 제기되어왔다. 또한 한국이 비준한 국제적인 인권 규정인 UN 여성차별철폐협약은 “인공임신중절을 하는 여성들을 처벌하는 법조항을 제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복지부 정책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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