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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양립정책 이렇게…’ 조주은 국회입법조사관으로부터 듣다
일하는 여성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일.가정 양립정책을 펴오고 있다.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는 법률까지 제정했고, ‘출산여성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도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기보다는, 애초에 여성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해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예산을 써야 하지 않을까?’
출산은 여성의 노동권, 평등권과 직결된 문제다. 때문에 국가의 일.가정 양립정책 방향이 어떠한가에 따라, 출산율의 변화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행복지수가 달라진다.
지난 달 10일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 “일.가정 양립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현안보고서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성공한 국외사례(프랑스, 스웨덴 등)를 보면 “성평등이 핵심”이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책을 쓰면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주은 입법조사관을 만나, 일.가정 양립정책의 실태를 점검하고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 지 들어보았다.
*‘산전후 휴가 90일’도 못 챙기는 현실이라면…?
조주은씨는 가장 시급한 문제점으로, ‘산전후 휴가제도’ 사용실태를 지적했다. 한국의 워킹맘들이 기본적인 모성보호제도인 ‘산전후 유급휴가 90일’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산여성 중 산전후 휴가를 사용한 비율은 노동부 통계에 없습니다. 다만 2007년 노동연구원에서 ‘표본집단’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 여성들의 사용률은 상당히 낮습니다. 휴가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또, 산전후 휴가를 사용한 여성들조차 법으로 보장된 ‘90일’을 모두 사용한 비율은 58.2%에 불과합니다.”
산전후 휴가는 1인 이상 전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에게 적용되며, 지원대상은 휴가 종료일 이전 고용보험에 180일 이상 가입된 사람이다. 조주은씨는 “여성들의 낮은 고용보험 피보험률이 산전후휴가 사용에 제한”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휴가급여의 최초 60일분을 사업주가 부담하기 때문에, 여성들로선 “아무래도 사용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산전후 휴가급여는 중소기업과 우선지원 대상기업의 경우 90일분 모두를 고용보험이 부담하지만, 그 외의 기업은 최초 60일을 사업주가 부담하게 되어있다.
조주은씨는 “산전후휴가 90일은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대표적인 권리”라며, “모든 여성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재원확충과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영아전담보육시설 218곳 문닫아’
갈수록 중요성이 강조되는 ‘영아보육’에 대한 지원책도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0세에서 2세까지 영아 중에서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비율은 37.7%인데, 이중 국공립시설은 11%에 불과하며 나머지 대부분은 민간시설에 위탁돼있다.
그런데 정부는 영아전담보육시설을 확충하기보다는, 2006년부터 민간보육시설 아동에 대해 보조금을 (시설에)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 결과 기존에 국가의 지원을 받던 영아전담보육시설이 비용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폐쇄돼, 2008년까지 4년간 218곳이 문을 닫았다.
조주은씨는 “2008년 현재 국공립보육시설은 전체의 5.5%에 불과한데, 2006년에 비해 오히려 축소된 것”이라고 밝히며, “대신 민간보육시설은 계속 증가해서 보육서비스의 공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보육예산은 “민간보육시설에서 영아를 신고하면 1인당 기본보조금이 나오는 형태”로 지급되고 있는데,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더 좋게 하는 것도 아니고, 검증이 안 되니 아이를 믿고 맡길 수가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조주은씨는 “영아보육에 집중적인 지원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공립시설에 영아 반을 만들고, 지방비로 시설을 지원하는 등 반드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의 주 타깃은 ‘남성’이 되어야
결혼과 출산을 하면 여성들은 사회적 입지가 불리해진다. 법과 제도를 만든다 해도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는 ‘문화’적인 부분이다.
“일-가족 양립정책이란 결국 여성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 정책의 주 타깃은 ‘남성’이 되어야 합니다. 여성들은 직장과 아이 키우기를 혼자 힘들게 해왔습니다.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지요. 이제는 남성과, 사회가 그 짐을 덜어주도록 해야 합니다. 육아휴직도 남성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남성들의 인식 변화를 동반하는 정책이 있어야 합니다. 10시까지 눈치 보며 일하는 경쟁사회에서 그저 버티고만 있도록 해선 안 된다는 거죠.”
일례로 조주은씨는 2008년 6월부터 시행된 ‘가족친화기업인증제’가 실효성을 갖도록, “실제 근로시간, 양육남성을 지원하는 기업방침, 조기 퇴근제 등 세부항목을 평가해서 해당기업에 혜택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국에선 ‘경력 단절 없다’는 이미지를 확실히 세워줘서 공신력을 갖게 한다”고 덧붙이며, “(일-가정양립을 위해선) 기업문화가 관건이기 때문에, 민간기업에 압력을 넣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이여울 기자)
[저출산대책] 여자들이여, 생각을 바꿔 아이 낳아라? | 정상/비정상 한국인 가르는 출산장려책
일하는 여성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일.가정 양립정책을 펴오고 있다.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는 법률까지 제정했고, ‘출산여성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도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기보다는, 애초에 여성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해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예산을 써야 하지 않을까?’
출산은 여성의 노동권, 평등권과 직결된 문제다. 때문에 국가의 일.가정 양립정책 방향이 어떠한가에 따라, 출산율의 변화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행복지수가 달라진다.
지난 달 10일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 “일.가정 양립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현안보고서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성공한 국외사례(프랑스, 스웨덴 등)를 보면 “성평등이 핵심”이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책을 쓰면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주은 입법조사관을 만나, 일.가정 양립정책의 실태를 점검하고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 지 들어보았다.
*‘산전후 휴가 90일’도 못 챙기는 현실이라면…?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
“출산여성 중 산전후 휴가를 사용한 비율은 노동부 통계에 없습니다. 다만 2007년 노동연구원에서 ‘표본집단’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 여성들의 사용률은 상당히 낮습니다. 휴가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또, 산전후 휴가를 사용한 여성들조차 법으로 보장된 ‘90일’을 모두 사용한 비율은 58.2%에 불과합니다.”
산전후 휴가는 1인 이상 전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에게 적용되며, 지원대상은 휴가 종료일 이전 고용보험에 180일 이상 가입된 사람이다. 조주은씨는 “여성들의 낮은 고용보험 피보험률이 산전후휴가 사용에 제한”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휴가급여의 최초 60일분을 사업주가 부담하기 때문에, 여성들로선 “아무래도 사용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산전후 휴가급여는 중소기업과 우선지원 대상기업의 경우 90일분 모두를 고용보험이 부담하지만, 그 외의 기업은 최초 60일을 사업주가 부담하게 되어있다.
조주은씨는 “산전후휴가 90일은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대표적인 권리”라며, “모든 여성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재원확충과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영아전담보육시설 218곳 문닫아’
갈수록 중요성이 강조되는 ‘영아보육’에 대한 지원책도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0세에서 2세까지 영아 중에서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비율은 37.7%인데, 이중 국공립시설은 11%에 불과하며 나머지 대부분은 민간시설에 위탁돼있다.
그런데 정부는 영아전담보육시설을 확충하기보다는, 2006년부터 민간보육시설 아동에 대해 보조금을 (시설에)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 결과 기존에 국가의 지원을 받던 영아전담보육시설이 비용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폐쇄돼, 2008년까지 4년간 218곳이 문을 닫았다.
조주은씨는 “2008년 현재 국공립보육시설은 전체의 5.5%에 불과한데, 2006년에 비해 오히려 축소된 것”이라고 밝히며, “대신 민간보육시설은 계속 증가해서 보육서비스의 공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보육예산은 “민간보육시설에서 영아를 신고하면 1인당 기본보조금이 나오는 형태”로 지급되고 있는데,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더 좋게 하는 것도 아니고, 검증이 안 되니 아이를 믿고 맡길 수가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조주은씨는 “영아보육에 집중적인 지원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공립시설에 영아 반을 만들고, 지방비로 시설을 지원하는 등 반드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의 주 타깃은 ‘남성’이 되어야
결혼과 출산을 하면 여성들은 사회적 입지가 불리해진다. 법과 제도를 만든다 해도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는 ‘문화’적인 부분이다.
“일-가족 양립정책이란 결국 여성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 정책의 주 타깃은 ‘남성’이 되어야 합니다. 여성들은 직장과 아이 키우기를 혼자 힘들게 해왔습니다.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지요. 이제는 남성과, 사회가 그 짐을 덜어주도록 해야 합니다. 육아휴직도 남성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남성들의 인식 변화를 동반하는 정책이 있어야 합니다. 10시까지 눈치 보며 일하는 경쟁사회에서 그저 버티고만 있도록 해선 안 된다는 거죠.”
일례로 조주은씨는 2008년 6월부터 시행된 ‘가족친화기업인증제’가 실효성을 갖도록, “실제 근로시간, 양육남성을 지원하는 기업방침, 조기 퇴근제 등 세부항목을 평가해서 해당기업에 혜택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국에선 ‘경력 단절 없다’는 이미지를 확실히 세워줘서 공신력을 갖게 한다”고 덧붙이며, “(일-가정양립을 위해선) 기업문화가 관건이기 때문에, 민간기업에 압력을 넣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이여울 기자)
[저출산대책] 여자들이여, 생각을 바꿔 아이 낳아라? | 정상/비정상 한국인 가르는 출산장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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