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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교육일기] 자유로움과 엄격함 사이 ‘긴장’ 유지하기
“선생님, 지훈이 땅바닥에 누워서 호빵 사달라고 땡깡 부리고 있어요.”
수업 30분 전, 성원이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지훈이 보고부터 한다.
그리고 몇 분 뒤, 지훈이가 입이 삐죽 나와 도착했다.
“지훈아! 호빵은 얻어 먹었어?”
“아니요!”
그러고는 성이 다 안 풀렸는지, 책상 밑에 벌렁 눕는다.
“고마워. 방바닥 더러운데, 지훈이가 걸레질을 해주네.”
지훈이는 방바닥이 더럽다는 말도 크게 괘념치 않고 그렇게 누워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공부하는 현준이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나는 내 할 일을 하고, 성원이는 그림을 그렸다.
지훈이 어머니와 지훈이 이야기를 나눈 지 여러 달이 지났다. 나는 그때, 너무 자유롭게 해주셔서는 안 된다고 좀더 엄격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호빵이 뭐라고 안 사주나? 할 수도 있겠지만, 지훈이는 분명 좀 전에 식사를 했을 테고, 호빵을 또 먹겠다고 졸랐을 게 분명하다. 그는 식사 후에도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먹는다. 그렇게 잔뜩 먹고는 배가 아파 쩔쩔매는 일이 내가 아는 것만도 몇 차례가 되어, 난 어머니께서 호빵을 안 사주신 건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훈이는 요즘, 충분하지는 않지만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도 늘고, 공부하기 싫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칭찬을 더 많이 해주고 있더랬다. 그런데 그날은 호빵에 대한 속상함이 수업까지 연장되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꾀를 부리며 정성 들여 공부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지훈이의 이런 모습에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그날은 달래지 않고 무섭게 야단을 쳤다. 그도 너무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혼이 나고서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내게 지훈이는 여전히 참 힘든 아이다.
지훈이와 정반대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는 재성이다. 재성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당시, 재성이는 맞춤법에 너무 신경을 써, 생각한 것들을 충분히 자세하게 쓰지 못했다. 또 질문에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울음을 터뜨린 아이도 재성이가 처음이었다. 도리어 내가 “재성아! 잘 못할 때도 있는 거야!”라며 달래주었더랬다. 그때는 아이의 이런 완벽함의 추구에 대해, 부모가 너무 완벽함을 요구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재성이 어머니께는 너무 잘 하라고 요구하지 말라고, 지금보다 좀더 자유롭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씀 드렸다. 어머니께서도 내 말에 귀 기울이며, “엄마, 아빠가 모두 너무 완벽주의자라… 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하셨다.
그러다 얼마 후, 재성이와의 공부시간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생활 속에서 스스로 하기 힘든 것은 어떤 것들이 있지?”
그때 재성이는 여러 가지를 발표했는데, 가장 힘든 것으로 ‘책가방 챙기는 것’을 골랐다. 나는 “그럼, 그건 엄마한테 좀 도와달라고 하면 어떨까?”했다.
그 말에 아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며, “안돼요! 엄마가 챙기면 빠뜨리는 것이 있어서, 힘들어도 제가 챙겨야 해요.”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완벽주의자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완벽주의자 아이가 태어나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면서 혼자 웃었다.
그리고 어쩌면 재성이가 맞춤법에 그토록 신경 쓰는 것도, 대답을 쓰지 못하는 자신에게 그토록 실망하는 것도, 모두 그 스스로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재성이가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고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해서,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이처럼 지훈이 어머니와 재성이 어머니께 나는 ‘너무 자유롭게 하지 말라’는 말과 ‘좀더 자유롭게 해주라’는, 매우 상반된 말을 해드렸다. 이 말은 모순된 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없이 자유롭게 하는 것도, 한없이 엄격하게 하는 것도, 모두 어려움을 갖게 되는 아이를 만든다. 그래서 자유로움과 엄격함 사이에서 긴장을 유지하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나도 이런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항상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서 지훈이와 재성이는, 내게 여전히 너무 힘든 아이들이다. (※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교육일기] 원한다고 다할 수 있는 건 아냐! | 세상에 꼭 나쁜 건 없어요① | “안 돼요, 못해요”
“선생님, 지훈이 땅바닥에 누워서 호빵 사달라고 땡깡 부리고 있어요.”
수업 30분 전, 성원이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지훈이 보고부터 한다.
그리고 몇 분 뒤, 지훈이가 입이 삐죽 나와 도착했다.
“지훈아! 호빵은 얻어 먹었어?”
“아니요!”
그러고는 성이 다 안 풀렸는지, 책상 밑에 벌렁 눕는다.
“고마워. 방바닥 더러운데, 지훈이가 걸레질을 해주네.”
지훈이는 방바닥이 더럽다는 말도 크게 괘념치 않고 그렇게 누워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공부하는 현준이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나는 내 할 일을 하고, 성원이는 그림을 그렸다.
지훈이 어머니와 지훈이 이야기를 나눈 지 여러 달이 지났다. 나는 그때, 너무 자유롭게 해주셔서는 안 된다고 좀더 엄격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호빵이 뭐라고 안 사주나? 할 수도 있겠지만, 지훈이는 분명 좀 전에 식사를 했을 테고, 호빵을 또 먹겠다고 졸랐을 게 분명하다. 그는 식사 후에도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먹는다. 그렇게 잔뜩 먹고는 배가 아파 쩔쩔매는 일이 내가 아는 것만도 몇 차례가 되어, 난 어머니께서 호빵을 안 사주신 건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훈이는 요즘, 충분하지는 않지만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도 늘고, 공부하기 싫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칭찬을 더 많이 해주고 있더랬다. 그런데 그날은 호빵에 대한 속상함이 수업까지 연장되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꾀를 부리며 정성 들여 공부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지훈이의 이런 모습에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그날은 달래지 않고 무섭게 야단을 쳤다. 그도 너무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혼이 나고서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내게 지훈이는 여전히 참 힘든 아이다.
지훈이와 정반대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는 재성이다. 재성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당시, 재성이는 맞춤법에 너무 신경을 써, 생각한 것들을 충분히 자세하게 쓰지 못했다. 또 질문에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울음을 터뜨린 아이도 재성이가 처음이었다. 도리어 내가 “재성아! 잘 못할 때도 있는 거야!”라며 달래주었더랬다. 그때는 아이의 이런 완벽함의 추구에 대해, 부모가 너무 완벽함을 요구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재성이 어머니께는 너무 잘 하라고 요구하지 말라고, 지금보다 좀더 자유롭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씀 드렸다. 어머니께서도 내 말에 귀 기울이며, “엄마, 아빠가 모두 너무 완벽주의자라… 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하셨다.
그러다 얼마 후, 재성이와의 공부시간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생활 속에서 스스로 하기 힘든 것은 어떤 것들이 있지?”
그때 재성이는 여러 가지를 발표했는데, 가장 힘든 것으로 ‘책가방 챙기는 것’을 골랐다. 나는 “그럼, 그건 엄마한테 좀 도와달라고 하면 어떨까?”했다.
그 말에 아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며, “안돼요! 엄마가 챙기면 빠뜨리는 것이 있어서, 힘들어도 제가 챙겨야 해요.”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완벽주의자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완벽주의자 아이가 태어나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면서 혼자 웃었다.
그리고 어쩌면 재성이가 맞춤법에 그토록 신경 쓰는 것도, 대답을 쓰지 못하는 자신에게 그토록 실망하는 것도, 모두 그 스스로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재성이가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고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해서,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이처럼 지훈이 어머니와 재성이 어머니께 나는 ‘너무 자유롭게 하지 말라’는 말과 ‘좀더 자유롭게 해주라’는, 매우 상반된 말을 해드렸다. 이 말은 모순된 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없이 자유롭게 하는 것도, 한없이 엄격하게 하는 것도, 모두 어려움을 갖게 되는 아이를 만든다. 그래서 자유로움과 엄격함 사이에서 긴장을 유지하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나도 이런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항상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서 지훈이와 재성이는, 내게 여전히 너무 힘든 아이들이다. (※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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