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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교육일기]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교회지기인 쉬물은 교회지기로서 일은 잘했지만, 글을 모른다는 이유로 랍비로부터 쫓겨난다. 교회에서 쫓겨난 그는 여러 가지 일을 거쳐 큰 부자가 된다. 하루는 은행에 갔는데, 이름을 쓸 줄 모르는 쉬물을 보고 은행장은 깜짝 놀란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온 동네사람이 부러워할 정도로 크게 성공하신 분이 글을 모르시다니…. 글까지 알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 질문에 쉬물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마 평생 가난한 교회지기로 살았을 겁니다.”>
 
 

"심스 태백이 들려주는 지혜롭고 유쾌한 이야기"(베틀.북) 뒷표지

<심스 태백이 들려주는 지혜롭고 유쾌한 이야기>(베틀.북)라는 동화책에 나오는 “뒤바뀐 인생”의 간단한 줄거리다. 지난주에는 준영이와 이 이야기를 가지고 공부했다. “세상에 꼭 나쁜 건 없어요”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일어나는 나쁜 일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아이들과 고민해보고 있다.
 
나쁜 일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안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왜 이렇게 나쁜 일만 일어나나?’ 원망을 더 많이 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특별히 나쁜 일이 많은 ‘재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면서 콤플렉스로 작용했었다.
 
그러나 인생을 사십 년 넘게 살다 보니, 내가 겪은 나쁜 일들이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짧은 시일 내에 좋은 결과가 꼬리를 물고 따라온 적도 있지만, 더 많이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 년이 지난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재의 만족스럽고 좋은 일들은 꼭 과거에 나를 가슴 아프게 했던 나쁜 일들이 결과가 되어 일어난 것들이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이 일과 관련된다. 나는 박사논문을 마무리 짓다 말고 ‘어린이 철학프로그램’을 계발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 이유는 순전히 돈이 없어서였다. 돈을 벌어야 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어느 해, 나는 암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간 학부모님들과 쌓은 신뢰가 있었기에, 쉴 수밖에 없는 시기들을 다 이해해주시며 내게 아이들을 계속 맡겨주셨다. 또 치료과정에서도 일을 할 수 있어서 그 많은 병원비를 스스로 댈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행운은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그들과 공부하면서 나는 암환자라는 우울한 사실을 잊고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었다. 주위에선 나를 보며, 암환자지만 너무 밝아 참 보기 좋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내가 명랑한(!) 암환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아이들의 공로다.
 
또 박사논문을 마무리 짓기 위해 프랑스를 다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을 암 수술 이후, 5년 뒤로 미뤘다. 그것도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렇게 되어 만들고 있던 ‘어린이 철학프로그램’을 다 완성할 수 있었고, 그것을 좀 더 의미 있게 확장해 보자는 제안도 받게 되었다.
 
모두 나쁜 일이 아니었다면, 경험할 수 없었던 좋은 일들이다. 어린이를 교육시키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이렇게 칼럼으로 쓸 수 있게 된 것도, 앞의 나쁜 일이 가져다 준 즐거운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나는 이런 인생의 교훈을 좀더 일찍 깨닫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어렸을 때부터 알았다면, 나쁜 일 앞에서 그렇게 자기 모멸감으로 괴로워하지 않았을 것이고, 무엇보다 실패 앞에서 좌절감도 덜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데, 예상한 대로 아이들도 흥미를 보이고 충분히 의미 있게 작용하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나는 준영이에게 물었다.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①이것 때문에 과연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한다.
②좌절보다 희망이 앞서면 언젠가는 빛이 보이고 성공을 한다.
 
그는 이렇게 두 가지를 쓰고, 이어서 또 이런 의견도 썼다.
 
③실패에는 두 가지 실패가 있다. 첫째 실패는 진정한 실패, 둘째 실패는 성공의 실패다. 첫째 진정한 실패는 한번의 실패로 좌절하고 포기해서 영원히 실패하는 것이다. 둘째 성공의 실패는 한번의 실패를 발판으로 희망과 열정으로 일하여서 성공을 하는 걸 의미한다.
 
마지막 의견에는 나도 많이 감동했다. “이렇게 멋진 생각을 하다니, 정말 대단해! 그런데 준영아, 반대로 좋은 일은 나쁜 일을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나쁜 일 앞에서는 너무 속상해 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좋은 일 앞에서 너무 좋아라 하는 것도 한번 생각해봐야 해!”
 
나는 준영이의 똑똑한 생각에 칭찬을 하면서도, 더 생각해보길 바라는 바를 덧붙다. 그렇지만 그가 이 말뜻을 얼마나 가슴으로 이해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에는 좋은 일은 나쁜 일을 부르기도 한다는 반대의 생각도 담아, 인생의 의미를 좀 더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어봐야겠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인진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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