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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는 현재진행형

참여정부 시절, 포괄적으로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은 우리사회의 인권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특히 입법 논란이 있던 2007년 겨울,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 인권운동진영에서는 절대적인 이슈였다.

 

차별금지법 입법과정에서 법안 내의 ‘성적 지향’ 부분이 삭제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성소수자 인권운동 역시 불붙었다.

차별금지법 조항 내의 ‘성적 지향’ 부분을 둘러싸고,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려는 보수기독교 측과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시민사회 간에 뜨거운 논쟁이 일었다.

 
현재 차별금지법안은 국가인권위법안이나 법무부안 모두 채택이 되지 않은 상태다. 과연 인권의식이 후퇴하고 있는 MB정부에서 차별금지법이 입법화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성소수자 운동진영에서는 관련 논의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동성애자인권연대가 주최한 ‘2009 성소수자 진보포럼’에서도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계기
 
연세대학교 종합관에서 열린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2007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차별금지법 논쟁이 성소수자 인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소속 장서연 변호사는 “‘커밍아웃’하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 속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는 드러날 수 없었고, 그렇기에 이들에 대한 차별 역시 가시화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가시화된 것은 바로 차별금지법 입법 과정을 통해서였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입법과정에서 일부 보수 기독교단체들의 반대로 인해, ‘성적 지향’ 조항이 삭제되는 사태”를 겪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성소수자의 존재와 더불어 ‘차별’까지도 드러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장서연 변호사는 “이 사건은 부정적으로 보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측면이 있지만, 이와 동시에 그에 맞서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진영의 활동 역시 ‘차별에 대한 저항운동’으로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법적 규정은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한다’는 의미

 
포럼에서는 성소수자 관련 법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관련법은 2001년 시행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있다.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열거한 항목에 ‘성적 지향’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형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구제’를 얻는 데엔 한계가 명확하다.
 
장서연 변호사는 ‘차별의 해석’ 문제에 있어서도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별금지법은 명시적으로 ‘동성애자라서 해고한다’는 식의 직접적인 차별뿐 아니라, 겉으로는 합리적인 기준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차별을 받는 ‘간접차별’이나 ‘괴롭힘’까지 포괄하고 있어, 차별의 의미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의견에 대해서도, 장 변호사는 “법이라는 것은 사회규범이고 최소한의 법적 제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이 마련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이 마련되는 것은 “그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 온 성소수자를 확실히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그동안 ‘비정상’의 범주에 있던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권의 보편적 관점에서 ‘정상’으로 선언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누가 우리의 인권을 반대하는지 주목하자”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 가람씨는 “2007년의 성소수자 인권운동진영의 활동은 내부적으로 변화의 에너지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며, “비록 법안을 수정하는 결정적 영향력은 없었지만, 사회적으로 이슈로 만들 정도로 성소수자 인권운동진영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가람 활동가는 “국가인권위법안이나 법무부안이나 좋은 법안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무적인 상황”이라며, “앞으로 차별금지법이 다시 입법 가능한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전략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주목하자고 제언했다. “가장 중요한 건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저항이 큰 쪽(보수 기독교)에 대해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인권의 이름으로 강력하게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장서연 변호사 역시 “현 정부는 차별문제를 ‘복지’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국회구성을 봤을 때에도 당장은 입법이 어렵다. 그렇지만 누가 이 법에 대해 반대했는가를 주목하여 그곳을 (운동의) 대상으로 삼고, 성소수자 차별상담내용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차별을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하자”며 성소수자 인권운동방향을 제시했다.
이정인 / 일다 www.ildaro.com  [관련 기사보기] 성소수자 특수성 고려한 ‘차별금지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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